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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나웅재 ]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꾼다. 하지만 꿈을 소중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힘든 야근을 마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든 성인이 느닷없이 꿈속에서 20년 전 친하게 지냈던 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뛰어놀기도 한다. 또는 나와 친한 지인과 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내 가족이 함께 혼재되어 원래부터 친한 사이인 듯 서로 웃고 떠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아무런 맥락이 없다. 꿈의 내용이 좋았던지 나빴던지 상관없이, 흔히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때 꿈과 현실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느끼므로 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기고 금방 잊어버린다. 

 

현대 과학에서도 꿈을 단순히 뇌 활동의 부산물로 여기려는 주장들이 존재한다. 이 주장들에 따르면 인간의 꿈은 단지 뇌가 렘(REM)수면 상태일 때 일어나는 신경생리학적인 세포운동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지몽’이라는 말이 함의하듯이, 꿈을 분석함으로써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 메시지를 앞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꿈은 숨겨진 무의식을 상징한다


 

옛날부터 인간은 꿈에 대해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다. 고대의 왕들은 자신이 꾼 꿈을 해몽하고자 노력했고, 환경적인 정황에 따라서 어떠한 징조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영향력이 큰 꿈 이론을 편찬한 사람은 프로이트다. 프로이트와 뒤따른 융 학파의 꿈 해석법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꿈에는 의미 없는 내용이 없으며, 인간의 숨겨진 무의식을 발견할 수 있는 단서라고 보았다. 인간이 꿈을 꾸는 순간에는 깨어있을 때 사용하는 사고 의식이 정지되고 심층의식이 뇌를 지배하게 되는 원초적인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은밀한 관심사를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도 몰랐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프로이트와 융이 꿈 이론을 정립해나가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자면 꿈은 주로 정신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꿈의 주인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자 하면 꿈을 꾼 사람이 아니라 주로 상담자에 의해 꿈의 내용이 결정되는 일이 많았다, 즉 상담자의 주관이 개입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내담자들은 치료 목적의 신경증 환자들로만 국한되었기 때문에 표본의 다양성 또한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블루오션, 꿈의 심리학’의 저자 김정희, 이호형 작가는 이러한 꿈 해석법의 한계를 보완한 ‘문답식 꿈 해석법’을 소개했다. 저자에 따르면 꿈이란 ‘원초적 의식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라고 표현한다.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것은 개인의 수많은 내면적인 정서와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산물이듯이, 꿈 또한 꿈 주인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이 되고 개인의 환경적인 경황이 고려되어야 진정한 꿈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꿈은 거의 형상으로 나타나고 꿈에서 깬 직후에도 형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령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형상은 기호적으로 해석해 볼 때 불안감과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가지는 형상은 달라서 누군가는 살인자에게 쫓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기계나 동물에게 쫓길 수도 있다. 심지어 쫓기는 도중인데도 오히려 행복감이나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비슷한 정서를 느낀다고 해도 꿈속의 이미지는 꿈꾼 사람이 살아왔던 현실, 이와 관계된 경험과 인간관계에 의해 다르게 발현되기 때문에 흔히 인터넷에 널려있는 꿈해몽 같은 기호학적인 의미를 주입 시킨 해석보다는 꿈꾼 사람의 삶의 정황에 끊임없이 문답함으로써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꿈을 상징적으로 받아들이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꿈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 필자가 실제로 기사를 준비하면서 꾸게 된 꿈을 예시로 들어보고자 한다.

 

꿈속의 세상은 점점 좀비들로 변해가는 세상이다. 나는 특수부대의 팀원 중 하나로, 팀원들과 오두막에 모여 앉아 좀비는 별거 아니라는 식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비의 공격을 받으며 팀원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해가자 평화롭던 분위기는 아수라장 상태로 변하고 모두 각자도생 상태가 된다. 나 또한 총을 쏘면서 어떻게든 좀비들을 쓰러트리며 피하고 있지만 유독 곰 한 마리가 나만을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곰에게 잡히면 내 목숨은 끝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거나 무서운 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느릿느릿 거리를 좁혀오는 곰에게 총을 쏘지만 총알이 가죽에 튕겨져나가서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한다. 곰이 격차를 좁혀 마침내 내 앞에 섰을 때 나는 마지막 한 발을 곰에게 쐈으나 역시 통하지 않는다. 곰은 이내 사나운 맹수로 돌변하여 나에게 달려들고 나는 꿈에서 깬다.

 

이 꿈을 기록하고 돌이켜볼 때, 필자가 현재 느끼고 있는 여러 가지 정서를 나타내는 꿈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좀비가 별거 아니라는 식에서 아수라장 상태가 되어 도피로 이어지는 장면은, 위드 코로나 이후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인 문제, 취업 걱정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힘들어진 정서의 변화를 상징한다. 총을 쏘며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은 이러한 현실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알바, 대외활동 등 나름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꿈속의 곰은 기호적으로 보면 일반적인 곰의 형상과 다른 점이 없었지만, 필자는 그 곰이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일종의 압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기자단을 포함한 대외활동과 리포트, 기말고사 공부 등 바쁜 일이 많아서 힘이 들었지만 스스로에게 완벽주의를 강요하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곰이 다가오면서 계속 저항을 하지만 저항이 통하지 않았던 이유는 곰은 내 현실과는 별개로 이상적으로 멋지게 일을 해내고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또 다른 내 자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아는 해로운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아이며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넘어선 체념이라는 감정으로서 받아들인 게 아닐까 싶다. 한편의 좀비 영화 같았던 아수라장은 사실 현실과 이상이라는 심리적인 내면의 전쟁터였고, 마침내 꿈의 마지막에는 나는 이상이라는 스스로 만든 강박에 압도되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꿈속의 곰은 처음 등장한 곰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해석하였고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서 필자의 해석이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곰이 강박이라는 관념을 구현한 형상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다른 형상도 아니고 왜 하필 곰의 형상으로서 구현되었는지도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내가 최근 행복감보다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것.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의 비중이 크다는 것.

 


기록하고 사유해 보기



꿈에 아무런 의의를 두지 않는다면 평소처럼 의미가 없는 것으로 넘겨버려서 잊어버리거나 잠깐의 가십거리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나의 깊숙한 자아는 꿈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오래전부터 현실의 나와 대화를 시도하고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처럼 나만이 해독할 수 있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냈을지 모르는 일이다.

 

비로소 꿈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제부턴 꿈을 기록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꿈은 잠에서 깬 직후 기록하는 게 가장 기억에 잘 남는데, SNS 확인이나 식사 등 현실의 문제들이 머릿속에 침투하기 전에 깨끗한 상태에서 적어내는 것이 가장 좋다. 꿈속의 기호적인 현상들은 기록하되 그 현상들이 현실과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꿈속의 정서와 느낌은 어떻고 최근 현실에서 겪은 경험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분석해보는 것이다. 혼자서 시작하기 막막하다면 전문상담사나 꿈 해석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고 그 자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문헌 : 

김정희, 이호형 공저 (2018) 블루오션, 꿈의 심리학(문답식 꿈의 해석법을 이야기하다), 책읽는귀족

 원더풀 마인드 (2017) 꿈의 신비 https://wonderfulmind.co.kr/the-mystery-of-dreams/ 

 김인수 (2021) 꿈의 분석, 정신의학신문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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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10 10: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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