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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나웅재 ]


지난 2016년 8월, 한국시간으로는 아직 새벽 동틀 무렵, 잠에서 깨어난 생명들이 본격적인 태동을 시작하면서 이따금씩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만 들려오는 조용한 시간, 모두가 숨을 죽이며 조용히 TV, 스마트폰 중계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결승에 진출한 박상영을 보기 위해서다. 바로 작년이었던 2015년에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선수로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활에서 성공하여 대표팀에 승선한 그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결승전까지 파죽지세로 나아가며 한국 최초의 에페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한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금메달까지 한 세트를 남겨두고 14:10이라는 절망적인 수세에 몰린 그는 위기의 순간에 스스로에게 한 가지 주문을 되뇐다. ‘할 수 있다.’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자국팀 감독조차 포기했고 전문가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그 날 경기는 연속 5득점을 기록한 14:15의 스코어로 한국의 대역전승으로 마무리되었고, 훗날 사람들은 이러한 사건을 ‘기적’이라 불렀다.

 

기적이라는 현상은 말 그대로 일반 상식적으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을 의미한다. 그러한 말에 내포된 희소성이라는 가치는 기적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초월적 현상이며,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산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비록 스포츠, 심리 분야에서 자기암시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들을 확인할 수 있을지라도, 우리는 그것이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물로 생각하지 보편타당한 일로 여기지 않고 여전히 자기암시에 대해서는 말이 다분한 상황이다. 일부 사람들은 긍정적 자기암시를 통해 삶의 질이 더 좋아지고 기존 의학도 고치지 못한 병이 낫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에게 부여한 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그 효과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는 이유로 비과학적이고 일시적인 넌센스로 취급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자기암시요법의 창시자 에밀 쿠에에 따르면 과학적, 비과학적 현상으로 나누기 이전부터 이미 인간에게 ‘암시’라는 현상은 매우 친숙하고 무의식적인 현상이며 이러한 무의식을 잘 길들인다면 원하는 바는 무엇이든 성취하는 ‘현실적인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기 암시라는 기적



쿠에에 따르면 모든 인간들은 의식적 자아(의지), 무의식적 자아(상상)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의식과 무의식은 서로 상충하는 관계이며, 의식은 결국 무의식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바닥에서 폭 50cm, 길이 10m의 나무판자를 밟으며 걷는다고 생각해 보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어렵다는 생각조차 안 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나무판자가 이번에는 아주 높은 빌딩과 빌딩 사이에 설치되어 있고 그곳을 건너서 반대편으로 가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논리적으로는 이전에 판자를 건넜던 균형감각과 보폭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똑같이 건너면 그만인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땅 아래로의 높이를 본 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상상에 사로잡히게 되고 엄청난 두려움과 현기증을 느끼며 건너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 용기를 내어 아무리 걸어가야 한다고 주문을 외워보아도 무의식적 자아는 실제 자아를 불신하게 되고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상상해버려서 결국 건너는 것을 포기해버린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의식적으로는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일찍 자려고 하지만 잠을 자려고 노력할수록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져서 복잡해지고 잠자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오히려 의식적 자아가 지쳐서 포기할 때쯤 무의식이 뇌를 지배하게 되어 겨우 잠에 들고는 한다. 앞서 언급했던 펜싱 메달리스트 박상영이 만약 연속 5득점 해야 하는 상황을 1% 미만이라는 지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확률로서 받아들이고 정신적인 부담을 가진 채 경기에 임했다면 오늘날 기적이라고 불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했던 행위들이 반대로 목표를 방해하게 되고, 오히려 무의식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누군가는 우주를 보고 신비롭고 광활한 긍정적인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어도 누군가는 공허하고 허무주의적인 부정적 공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무의식은 우리가 부여하는 자아이며 스스로의 행동방침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검열과 통제가 중요하다. 가령 사람이 어떤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고 무의식에 깊이 새겨 행동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스스로를 믿지 않고 일찍 포기해버린다면 그 일을 해낼 수가 없다. 부모나 친구가 나에게 ‘우리 주제를 알아야지 우리는 안돼.’ ‘그게 될 것 같아? 무조건 실패할 거야.’ 같은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낸다면 이것이 내 무의식에 영향을 주는 자기암시로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무의식이 쌓여서 결국 의식적 행동에 이어지고 실제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Day by day, in everyway, i am getting better and better’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 Emile Coue 



긍정적 자기암시를 수행하는 법은 간단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러한 문제가 별것 아니라는 마음가짐,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암시를 빈도 높게 암송하면 된다. 예컨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진상 손님의 험한 말에 상처를 입었다면 ‘그 사람이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 별거 아닌 문제야.’, ‘진상 손님보다 친절하고 좋은 손님들이 훨씬 많아. 그걸로 만족해.’ 등의 암시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이어야 해.’라는 의식적인 강박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점점 나아지고 있어.’ 정도로 성장을 나타내는 암시 정도면 충분하다. 이러한 자기암시를 끊임없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의식은 나에게 있어서 진실적인 자아가 된다. 그 과정에서 신체는 자동적으로 온몸의 의식과 기관을 무의식이 부여한 대로 재구성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암시가 바라던 내 모습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기적이라고 불리는 현상도 사실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무의식이 실전에서 자연스럽게 발현한 결과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적은 어쩌다가 한 번씩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긍정적인 암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미 절반의 기적은 일어난 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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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에밀 쿠에, 김동기ㆍ김분(옮김) (2020), 자기암시(자기암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늘아래

송경은 (2016), 신년 다짐, 자기계발서의 ‘자기 암시’ 효과, 정말 있나, 동아사이언스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9559 

강은영 (2021), 금메달보다 값진 '벼랑 끝' 기적의 순간을 보셨나요?, 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80411380003244

김이율 (2020), 모든 것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 , 한국강사신문 http://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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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21 13: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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