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민
[The Psychology Times=정은민 ]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 거짓말이 일상인 사람. 가짜로 꾸며낸 삶. 리플리 증후군. 이런 단어와 문장들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미디어에서 허구를 쫒는 사람들의 사례와 이야기들은 수차례 방영되어왔다.
세상에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텐데, 거짓말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내뱉는 ‘회피형 거짓말’, 필자는 문득 이것이 궁금해졌다.
필자가 글에서 말하는 회피형 거짓말은 상대의 기분이나 반응을 예측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특히 가족, 친구, 연인과 같이 내가 잘 아는 가까운 사람에게 행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A: “옷을 또 샀어?”
라는 질문이 있다고 가정할 때, 회피성(도피성) 거짓말을 내뱉는 사람은 위 문장에서 상대의 ‘또’라는 부사에 초점을 맞추고, 그 ‘또’라는 말을 하는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옷을 또 샀어?” 이 문장에서 느껴지는 상대의 부정적인 반응과, “응 또 샀어.” 라고 사실대로 대답했을 때 상대가 나에게 더한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것을 예상하고 그 상황을 회피하고 종결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상대의 부정적인 반응을 그만 일축시키고 싶고, 스스로가 사실을 말했을 때 본인에게 닥쳐올 불편한 상황(혼이 난다, 잔소리를 듣는다)을 피하고, 그저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A: 옷을 또 샀어?
나: 응. 예뻐서.
A: 그래도 그렇지. 너무 과소비하는 거 아냐? 너 저번 주에도... (기타 등등)
나: 미안해...
사실을 말하면 이런 식의 대화가 흘러갈 것이라고 미리 판단한 후, "그래도 그렇지. 너무 과소비하는 거 아냐?" 처럼 뒤따라올 부정적 대화를 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거짓을 내뱉는다.
A: 옷을 또 샀어?
나: 아니. 친구가 줬어.
이런 식이다.
또한, 회피형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순적이게도 일방적으로라도 상대에게 애정이 두터운 경우가 많다. 부모-자식, 연인, 친한 친구처럼. 이는 거짓말의 이유 중 하나가 상황의 회피를 넘어서 상대와의 ‘관계를 망치기 싫다‘는 마음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인데, 이는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본인이 저질렀을 때 상대의 실망하는 반응이 두려워 거짓으로 무마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옷을 또 샀어?”란 A의 질문에, A가 평소 과소비를 싫어하고 내가 옷을 자주 사는 행위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A와 불화가 이어질 만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싶고, 상대가 내가 옷을 산 행위에 대해 실망하는 모습이 싫어서 “친구가 줬다“는 안전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짓을 내뱉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짓말이 얼마만큼 상호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지를 말이다.
상대와의 마찰이 무섭고 사소한 다툼이 생기는 것이 싫다고 회피성 거짓말을 반복한다면, 둘 사이의 신뢰는 바닥이 나고 영원히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잊지 말 것.
거짓말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낳는다. 아무리 사소한 거짓말이라고 해도 언젠가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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