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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동혜 ]


기존 사회 통념상 노년기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노년기는 단순히 삶의 마지막 단계로서의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이제 노년기는 삶을 정리하는 시기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삶의 단계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움을 경험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는 시기이다. 뿐만 아니라 수명의 증가는 노년기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노년기의 well-being은 삶 전체의 well-being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노년기 well-being을 위해, 삶 전체의 well-being을 위해 정신건강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해야만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well-being이 완성될 수 있다.

 


한국 사회 노인의 삶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사회에는 노인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인하여 외롭고 우울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 증상을 나타내는 노인은 2017년에는 21.1%, 2020년에는 13.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강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의 연령별 비율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이 컸고, 특히 2017년 통계에서는 60대 환자가 전체의 18.7%를 차지하면서 전 연령 중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2017년 및 2021년 10세 단위별 우울증 환자수 현황(건강심사평가원)

노년기 우울을 비롯한 정신건강 상의 문제는 자살 동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실제로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의 6.7%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고, 그중 13.2%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노인 자살률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 당 58.6명으로, OECD 평균인 18.4명의 3배에 달하며 2009년부터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노인 우울증의 원인과 특징



노인 우울증은 노년기 정신건강문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노인 자살과 같은 사회문제를 예방 및 해결하고, 보다 많은 노인들의 well-being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노인 우울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선제적인 단계로써 노인 우울증의 원인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인 우울증은 생물학적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노년기 신체 기능의 쇠퇴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당뇨, 관절염, 암, 심장병 등의 질병에 걸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또한 대뇌 기능이 쇠퇴하여 발생하는 뇌혈관 질환, 뇌경색, 알츠하이머, 뇌혈관 증후군,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는 사람 역시 우울증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경우에도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호르몬의 변화가 우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는 심리 · 사회적 변화 또한 우울증의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퇴직이나 자녀의 독립, 배우자와의 사별 등은 노년기 경험할 수 있는 생활 스트레스 요인이다. 이와 같은 생활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지지가 없을 경우 노인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노인의 경우 우울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경향이 있어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어렵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은 적시에 치료받기가 더 어려워 증상이 방치되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노인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감,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 수면 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으로 일반적인 우울증과 유사하다. 그러나 노인 우울증은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성인 우울증에 비하여 노인 우울증은 기억 장애와 집중력 장애 문제가 나타나는 정도가 심하다. 환자 본인도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노인 우울증은 ‘가성 치매’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증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는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치매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와 차이가 있다. 다만, 노인 우울증과 치매가 동시에 발병하는 경우도 흔해 반드시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

 


노년기 well-being을 위하여 



누구나 노년기에 들어서면 다양한 신체적 · 심리적 · 사회적 변화를 경험한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하며, 퇴직과 자녀의 독립 및 혼인, 배우자와의 사별 등을 거치면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삶의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 평생 몸담았던 직장에 더이상 소속되지 않는다는 것, 마냥 어렸던 자녀들은 어느덧 독립적인 가정을 이룰 나이가 되었고 항상 함께한 배우자와는 이별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한순간에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롭고, 우울하고, 불안한 순간을 거치게 된다. 그러한 순간을 원만하게 넘기고 다시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주변에서 보내오는 관심과 정신적인 지지이다. 당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만 바라보지는 마라. 강인한 그들에게도 노년기의 급격한 변화들은 커다란 정신적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노인을 나약하고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지는 말되, 도처에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노인이 있지는 않은지 항상 관심을 갖고 살펴보자. 보다 많은 사람들의 노년기 well-being을 위하여, 그리고 당신의 노년기 well-being을 위하여 노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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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남석인, 시지혜, 정예은, 채주석. (2019). 노년기 삶의 의미와 우울, 자살 생각에 대한 연구: 독거노인과 비독거노인의 비교. 노인복지연구, 74(2), 163-192.

김춘경, 이수연, 이윤주, 정종진, 최웅용. (2016). 상담학 사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2). 최근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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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15 03: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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