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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스테르담 ]



'통근'은 하루를 시작하는 길이다.


사람들의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비루하다. 가족을, 또는 자신을 건사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은 그렇게 비장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꾸역꾸역 회사로 향하는 모습은 비루하기 그지없다. 나의 길도 그렇다. 하루는 비장하고, 또 하루는 비루하다.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은 그렇게 반복된다.


정해진 시간, 통근버스에 오른다.


거리로 10km. 약 40분이 걸리는 출근길은 잠자기엔 짧고 깨어 있기엔 뭔가 아쉽다. 하루는 마음을 차분히 해주는 음악을 듣거나, 또 하루는 어학코스를 듣는다. 때론, 아무것도 듣지 않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 할 때도 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된 나와 전쟁터인 직장 사이엔, 그렇게 '통근'이 있는 것이다. 잠시의 여유를 주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정해진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곧이 곧대로 회사 앞으로 향하는 통근버스가 야속하기도 하다.


통근버스는 홍대를 가로질러간다.


지난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아침 7시 30분과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로 지난밤의 불야성을 마무리짓는 사람들. '젊음'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이런 모습이 '젊음'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분명한 건 그것은 젊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을 위한 걱정보단 부러움이 좀 더 큰 마음을 뒤로하고 통근버스는 나아간다.


서강대교를 지나면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한강 때문이다. 탁 트인 한강은 무거운 마음을 부력으로 떠오르게 한다. 날씨가 좋을 땐 물 표면에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이 나를 응원한다. 비가 올 땐 자욱한 물안개가, 직장인은 마음을 차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일러준다. 통근 길에 한강이 있다는 건 작지만 큰, 사소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서강대교 끝에서 통근버스가 좌회전을 하면 나는 다짐한다.


또다시 시작될 하루. 직장인으로서 반복될 뻔한 하루지만, 그 안에서 '새로움'과 '배움' 그리고 '의미'를 찾아보자는 발버둥을 친다. 내가 시시포스라면, 떨어진 큰 돌을 밀어 올릴 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겠다는 의지이자 발악. '반복'되는 일상에 숨 막히는 직장인의 삶이지만, 반대로 그것은 내가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통근'의 '근'자가 '부지런할 근'이란걸 알게 됐다. 직장인인 우리는 스스로를 의지가 약한 작은 존재로 치부하기 일쑤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대단한 존재인 것이다.


'통근'하는 그 자체로 우리는 부지런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통근'하는 모든 존재는 부지런하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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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8-03 14: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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