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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박소영 ]


우리는 자주 듣고 보는 경험에 따라서 개념 (Schema)를 생성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원래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데, 이러한 개념을 통해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더욱 단순하게 볼 수 있지만, 때론 부정적인 생각으로 넘겨짚기도 한다. 이 과정 속, 언어는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다듬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프레이밍 (Framing)이라고도 알려진 이 이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고정관념을 키우는데 언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최근에 미국 정신질환자 동맹 (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 또는 가족과 전화로 자료를 주거나 필요한 기관을 연결해주는 봉사활동을 하며 언어와 생각의 관련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배우고 있다. 특히, 전화 연결을 하며 조심해야 하는 언어나 뉘앙스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예를 들면, 불안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보다,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거나, 정신질환의 피해자라는 말보단 정신건강을 위해 치료를 받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것. 또 다른 예시로, 봉사활동을 하며 자료를 검색해 내담자들에게 알려줄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료를 검색하는 우리의 일을 멀티태스킹 한다고 표현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과 집중을 분산시키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이 미묘한 언어의 차이로 우리는 사회가 가지는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끊어낼 수도, 또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울한 사람”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과 같은 표현은 정신질환의 표면적 지식으로 누군가를 일컬음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정신질환을 병적인 꼬리표로 붙여버리게 된다. 이와 반대로,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은 표현은 개인의 가치와 존재 자체를 강조하여 정신질환을 별도의 문제라고 보기보다 그 사람의 평범한 일부인 것처럼 보이게 해준다.


이미 여러 학자가 지적했듯,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리는 감정표현의 기복이 큰 언어들이나 자신의 심리상태를 대신해 사용되는 다소 과격한 언어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잘 헤아린 부분인 건가, 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은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고정관념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질문할 수도 있다. 이에 답해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소통의 방식 하나하나가 바꿔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언어의 중요성을 언급하는데 앞서, 사소한 일상생활의 변화가 결국엔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소하다고 해서 쉬운 길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이전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용어 선택을 저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자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언어를 다루기 이전에, 자신에게 먼저 따뜻한 언어들을 건네 줄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사회로 향한 따뜻한 언어로, 시선으로, 생각으로 돌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감정과 언어표현 차이가 정신질환 초래[Website]. (2018.5.24). URL: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80523/1180913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긍정적 언어 표현의 힘[Website]. (2021.6.21). URL: https://brunch.co.kr/@ljs-president/99

Burgers, C., & Beukeboom, C.J. (2020.6.25). How Language Contributes to Stereotype Formation: Combined Effects of Label Types and Negation Use in Behavior Descriptions.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9(4), 438-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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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quist, K.A., MacCormack, J.K., & Shablack, H. (2015.4.14). The role of language in emotion: Predictions from psychological constructionism. Frontiers in psychology, 6(444), 1-17.  

Why the language we use to describe mental health matters[Website]. (연도 미상). 2022년 8월 29일 접속. URL: Why the language we use to describe mental health matters | Mental Health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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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18 09:24:36
  • 수정 2022-09-18 09: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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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PT_mangosteen2022-10-06 17:05:39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다른 의미에서는 언어의 힘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삶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의미겠죠. 인터넷 뉴스들을 통해 종종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악성 댓글에 견디다 못해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선택을 한 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언어의 폭력성과 심각성에 대해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읽으며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지 않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나에게 해주는 언어와 태도가 변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한 언어의 온도를 전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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