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The Psychology Times=김영언 ]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김과 짐을 경험한다. 대표적으로 운동선수는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의 결과를 받게 된다. 가끔 자신의 경기 성적이 좋지 않으면 화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일반인도 다양한 경쟁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나 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경쟁 제도에 아주 익숙하며 사회가 임의로 정해놓은 연령대에 맞추어 여러 경쟁의 상황을 마주한다. 예를 들면 내신, 수학능력시험, 학점, 승진 등이 있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 우리는 간접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경쟁하며 우위를 점하거나 그렇지 못하게 된다. 나 또한 어릴 적 태권도 선수 시절에는 경쟁과 승부, 승패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최선보다는 잘하는 게 우선이었다. 2등이라도 하는 날에는 눈물을 흘렸고 다음 훈련은 더 혹독하게 진행했다. 꼭 이기고 싶었다. 이러한 경쟁 심리 속 발휘되는 승부욕은 도대체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 걸까?
승부욕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와 경쟁하여 승부를 내거나 이기려고 하는 욕구나 욕심이다. 경쟁을 빼놓고 인류의 역사와 진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진화심리학의 토대를 세운 중요한 연구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자연의 적대적 힘들과 맞서 싸우는 행위가 사람의 생존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선사시대에는 동물과 싸웠으며 농경이 발달하고 잉여 생산물이 생기기 시작한 후부터는 상대 부족과 경쟁하고 전쟁을 일으키면서 이기고 짐을 지속해왔다. 즉 과거에는 경쟁에서 지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생존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그 속에서 승부욕은 점차 커졌고 그 범위도 다양해졌다. 현대 사회로 와서는 물리적인 경쟁으로서의 전쟁은 줄어들었지만,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경쟁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업 성적을 가지고 남과 경쟁하며,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승진이나 연봉이라는 지표로써 남과 비교되고 경쟁한다. 이렇게 경쟁심이 자극받고 발현되는 과정에서 승부욕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럼 이러한 승부욕, 과연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둘 다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마냥 좋은 점만 있지도 않고 마냥 나쁜 점만 있지도 않다. 운동선수로 예를 들면 승부욕이 강해서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 임해서 승리를 가져온다면 팀과 자신, 팬들을 모두 기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승리를 향한 집착으로 인해 삐뚤어진 방법으로라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면 약물 복용이라든지 자신의 스포츠용품을 개조하는 등 잘못된 방법을 행할 수 있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승부욕은 자기 발전과 열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으나 과도한 승부욕은 매사의 모든 일을 남과의 경쟁으로 생각하여 스스로를 갉아먹는 습관이 된다. 또한 현대 사회는 공동체 사회로 강조되는데 타인과 함께하는 즐거움, 기쁨보다는 ‘남보다 잘해야 해!’라는 태도로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경쟁을 마주하고 참여하고 그것을 통한 결과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와 함께한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사회 분위기와 조건들이 우리를 가두어두기도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이김이 있다면 짐이 있고 짐이 있다면 이김도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노력하는 법을 깨닫기 어렵다. 반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을 때 질 수도 있다는 불안함을 극복하기도 한다. 모든 순간마다 전부 이길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이김보다 짐이 많고,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현명하게 승부욕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작정 잘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삶의 경험을 쌓아가기를 바란다. 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나는 힘을 배울 것이다.
데이비드 버스. (2012). 진화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출판지: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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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승부욕은 나의 성장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지는 것이 이기는 일이 되기도 하구요. 선의의 경쟁을 하기 위한 노력은 진정으로 이기는 내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