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유시연 ]



누구나 한 번쯤은 타인의 칭찬에 겸손하다 못해 마음속으로 '그 정도는 아닌데...', '내가 이런 칭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는 스스로에 대해 의심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두 번의 이러한 마음은 우리가 흔히 '겸손'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이 심해지면 '가면 증후군', 즉 '임포스터 신드롬'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나타난다. '임포스터 신드롬'이란, 성공의 요인을 자기 자신의 노력이 아닌 오로지 외부에 집중시키고, 자신이 남들을 속이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불안함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임포스터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1978년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심리학과에서 근무하던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잔 임스(Suzanne Imes)로, 그들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실력과 그로 인한 명예를 정당한 것으로 보지 않고 언젠간 자신의 자격 미달이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학벌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도 나름 '성공한 입시 경력자'로 여겨지는 명문대생들이 대학 생활 도중 자살을 하는 등, 자신이 얻은 명예 혹은 지위를 쉽게 포기하는 형태의 사건으로 자주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두려움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학자들은 임포스터 신드롬이 극단적 상황에서의 심리적 충격을 피하고자 자신도 모르게 설치하는 방어기제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당사자들은 자신마저 이 모든 평판에 안주하고 있다가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며, 만일 실패하면 '이게 원래 나의 모습이다'라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안하기 위해 이러한 마음을 깔아둔다는 것이다. 


폴린과 수잔이 당시 진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임포스터 신드롬은 성공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유명인 중에 임포스터 신드롬을 겪었던 사람으로는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 배우 엠마 왓슨, 피겨 선수 김연아 등이 있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은 지난 2019년 12월, 오바마 재단의 주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차세대 지도자들을 위한 행사에 참석하여 “많은 남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당연하다고 느끼지만, 자신도 흑인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가면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엠마 왓슨 역시 2015년, 영국 잡지사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로 명성을 얻었을 때 상당히 불안했다. 내 안의 불안에만 몰입했다. 내가 사기꾼이라 느꼈다.”라며 자신이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을수록 불안하던 내면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이들 모두 많은 성취를 이뤄낼수록 자기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졌다며 자신이 받는 관심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자기 자신이 임포스터 신드롬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아도, '누구나 그런 생각은 다 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엄살 부리지 마.'라는 말로 자신의 아픔이 가벼이 여겨지는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면 증후군의 경우, 심해지면 남들의 눈높이에 맞춰 자신을 혹사시키는 결과로 신경 과민과 에너지 소진, 수면장애, 대인 공포증 등에 시달릴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광장공포증(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혼자 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불안장애의 일종)에 시달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두 사람을 격리시키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으나,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생각으로 인한 상처는 스스로의 노력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아픔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 아픔을 어루만지며 공감해주는 한 사람의 따뜻한 말 한 마디라면, 상처 주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따끔하던 손길을 부드럽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1. Sherman, R. O. (2013). Imposter syndrome: When you feel like you’re faking it. American Nurse Today, 8(5), 57-58.

2. Wang, K. T., Sheveleva, M. S., & Permyakova, T. M. (2019). Imposter syndrome among Russian students: The link between perfectionism and psychological distres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43, 1-6.

3. Tulshyan, R., & Burey, J. A. (2021). Stop telling women they have imposter syndrome. Harvard Business Review, 31.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4555
  • 기사등록 2022-09-28 17:17:2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현재의견(총 1 개)
  • TPT_mangosteen2022-10-21 14:56:56

    '가면 증후군' 너무 지나치면 자신에게 해가 될수도 있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비교적 겸손한 태도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점 에서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내 자신을 잊지 않고 나의 노력에 대해서도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도 함께 한다면 불안한 마음보다는 발전하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런 증후군을 겪고 있는 주변인들이 있다면 그들도 불안하고 너무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도록  따뜻한 말한마디 전하고 싶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