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에서 또래괴롭힘의 예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연구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은 또래괴롭힘을 줄이는데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해자와 피해자 이외에 또래괴롭힘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요즘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대상이 주변인(bystander)이다. 

주변인은 또래괴롭힘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부류 즉, 강화자, 동조자, 방관자, 방어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강화자’는 또래괴롭힘을 가해자와 함께 더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동조자’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방관자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듯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방관하며, 방어자는 가해자를 제지하거나, 피해자를 돕고, 위로하며, 피해사실을 교사나 부모님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학자들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것이 방어자이다. 또래괴롭힘은 다른 학교폭력과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의 힘의 비대칭에서 발생한다. 이 힘의 불균형성을 깨주는 것이 바로 방어자이며, 그들이 하는 행동이 방어행동이다. 따라서 방어행동은 또래괴롭힘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또래들의 힘의 역동을 변화시켜 괴롭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권지웅과 박종효(2020)의 연구에서는 방어행동을 종속변인으로 잡아서 이 종속변인에 어떠한 독립변인이 영향을 주며 독립변인과 종속변인 사이에 어떤 변인이 매개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있다. 

교실에서의 역동은 학생 개인과 교사와 학생의 관계, 마지막으로 또래들의 역학관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저자들은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즉, 개인 변인인 친사회성과, 교사 변인인 교사학생지지, 그리고 또래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권력관계인 또래지위가 어떠한 구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방어행동에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연구의 주요 목적이다.

 연구 결과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배려하는 친사회성이 높은 학생들이 방어행동을 하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담임 선생님에게 지지를 많이 받는 학생들도 방어행동을 잘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방어행동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해자보다 또래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에게서 방어행동이 일어난다. 즉 또래지위는 학생 개인의 친사회성과 교사 변인인 교사학생지지를 방어행동에 유의미하게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연구는 친사회성과 교사학생지지가 방어행동이 또래지위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며, 높아진 또래지위는 방어행동을 더 쉽게 끌어낸다는 시사점을 준다.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이런 또래괴롭힘 예방 활동을 더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친구를 괴롭히는 상황에서 바로 방어행동을 할 수 있도록 특화시킨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함을 역설한다. 실제 핀란드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실시되었으며, Hawkins, Pepler와 Craig(2001)의 연구에서는 또래괴롭힘이 일어난 상황에서 10초 안에 방어행동이 일어나면 가해행동이 멈추게 되는 확률이 2/3가 된다는 것을 밝혔다. 

둘째 담임교사는 학생들 중에서 누가 친사회성이 높고, 방어행동을 잘 하며, 또래지위가 높은지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을 사전에 알 수 있는 온라인 기반 사회연결망 프로그램이 클래스넷(박종효, 2017)이다. 그래서 교사는 친사회성이 높은 학생들이 또래지위가 높아질 수 있게끔 개입을 해서 방어행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예측된다.

관련논문: 권지웅, 박종효 (2020). 초· 중등학생의 친사회성, 교사학생지지와 방어행동 간의 관계에서 또래지위의 매개효과. 열린교육연구, 28(2), 115-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