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The Psychology Times=김예원 ]
가을은 예로부터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불리어 왔다. 농경 사회를 이루며 살았던 옛사람들이 봄과 여름 동안 열심히 농사지은 곡식을 추수하여 곳간이 풍족해졌던 시기가 바로 가을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이른 편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거두어들인 곡식들로 보통 이때쯤에 추석 명절도 지낸다. 이렇게 먹을거리가 많아 풍요로운 계절인 가을에 대해 떠올리니 폭식, 과식 등의 주제가 생각이 났다.
폭식 또는 과식이란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뜻한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단순히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원인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심리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폭식에 대해 다루어 보려고 한다.
폭식의 심리적 원인
심리적 원인에 의한 폭식은 역시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기인하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질병인 폭식증이 될 수 있다. 폭식증은 약 2시간 이내에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구토 등으로 체중 증가를 막으려 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증상이다. 보통 폭식증을 겪을 때는 구토가 동반되고, 이를 의학적으로는 식이 장애의 증상으로 본다. 폭식증의 원인으로 ‘체중 증가가 두려운 심리’가 흔히 알려져 있는데, 이 외에 일상생활에서도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폭식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폭식증 정도로 심한 증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허할 때에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음식이 얼마나 맛있던지 된장찌개만 있어도 밥 두 그릇은 가볍게 비웠다. 그때는 갑자기 식욕이 늘었다고만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온종일 일하며 보낸 힘든 하루 끝에,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 같은 느낌으로 술 한 잔을 곁들인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트레스를 받고, 또 음식으로 이를 해소한다. 특히 고등학생 시절의 필자는 작은 일에도 과하게 신경을 쓰는 편이어서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했다. 그런데 음식만 먹으면 머릿속에서 온갖 잡념이 사라지는 것을 실제로 느꼈고, 그래서 등교해서도 급식 시간을 기다리곤 했다.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자꾸 무언가를 먹는 이유는 우리의 뇌와 관련이 있다. 바로 뇌의 시상하부에 식욕과 쾌락을 담당하는 부분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과 다행감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이 같이 나온다. 즉, 음식을 먹는 행위는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포만감을 주는 동시에 심리적 만족감까지 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뇌는 심적으로 힘든 상황을 배가 고픈 것으로 착각하고, 즉 심리적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먹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마음이 힘들 때 음식이 먹고 싶은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닌 뇌(腦)가 고파서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을 먹게 되고, 이로써 불안했던 심리가 편안한 상태가 된다.
심리적 원인에 의한 폭식 해결 방법
위와 같이 심리적 원인으로 인한 폭식은, 근본 원인은 심리 문제라 할지라도 과도한 음식 섭취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몸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준다. 심리 문제를 먹는 것으로 해소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막막할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검증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감소한다. 운동하며 코르티솔을 줄임으로써 심리 건강을 챙기니 폭식도 덜 하게 되고, 더불어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신체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또, UCLH 비만외과 선임 임상심리학자 Jackie Doyle에 따르면 명상도 효과적이다. 명상은 보통 마음 다스리기와 스트레스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데, 명상이 코르티솔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적 원인으로 인한 폭식에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당장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다. 해결될 수 없는 일로 인한 불편한 감정을 자꾸만 충동적인 섭식으로 해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글로 쓰며 마음을 정리하거나 지인에게 상담하며 의견을 물어보는 등 더 건강하게 이겨낼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보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식욕의 유혹은 한순간에 떨쳐내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폭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우리들 모두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니, 자신을 괴롭히는 스트레스 따위로 인해 건강까지 망치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더 아끼며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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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윤아. (2021). 또, 먹어버렸습니다. 도서출판 다른.
마리아 산체스. (2012). 식욕 버리기 연습. 한국경제신문.
앤드루 젠킨슨. (2021). 식욕의 과학. 현암사.
NAVER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a0cb04872b2c47bebcd78fd5cd00c48d
서울대학교 병원 질병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7184&cid=51007&categoryId=51007
서울대학교 건강칼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00327&cid=63166&categoryId=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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