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연
[The Psychology Times=정세연 ]
여러분은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고 계십니까? 제목에 대한 의문을 품고 기사를 클릭한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내가 나로 살아가기 어렵다고?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게 뭐가 어렵다는 거지?’와 같은 의문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땐 온전한 나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정말 소수인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가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여러분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성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러한 질문을 들으면 우리는 모두 대부분 비슷한 수준에서의 답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도 한때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았을 때 모두가 할만한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며 실제로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단생활 속에서 조금은 벗어나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을 시기에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나의 대답은 변화해 있었다. 그리고 심리학에 대해 공부하며 그동안 내가 집단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많은 압력을 받아 대다수가 맞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나의 온전한 의견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을 계속해서 받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게 되어 온전한 나만의 인생을 살기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사회적 동조'
한국은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 무엇일까? 바로 ‘사회적 동조’ 현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동조’란, 특정인이나 집단으로부터 실제적이거나 가상의 압력을 받아 개인의 의견이나 행동을 형성하거나 변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개인의 신념이나 기준보다 집단의 동의가 더 중요시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적 동조를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Deutsch와 Gerard는 동조의 이유를 크게 둘로 나눴다. 첫 번째는 정보적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현실이 명확하지 않을 때 타인의 행동이 유용성 있는 정보로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규범적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환영받고 받아들여지기 위하여 혹은 집단으로부터 처벌받지 않기 위하여 동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집단 속에서 살며 자신도 모르게 대다수의 의견에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을 동화시키고 있다.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동조 실험
이 중 필자는 규범적 영향으로 인한 사회적 동조에 대해 좀 더 주목해보려고 한다. 먼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애쉬(Asch)의 한 실험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그는 피험자에게 하나의 선이 그려진 그림을 보여준 뒤 그것과 같은 길이의 선이 포함된 총 3개의 선 중 그림과 동일한 길이의 선을 고르도록 하였다. 3개의 비교 선들은 길이의 차이가 명확했기 때문에 답을 아주 쉽게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실험 조수들이 정답과 다른 선이 그림 속 선과 같은 것 같다며 틀린 대답을 고르도록 유도하자 많은 피험자가 틀린 응답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은 자신의 판단이 명확한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다수의 의견에 사람들이 동조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피험자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다른 대답으로 인해 집단으로부터 소외되는 등의 부정적인 결과가 자신에게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여 답이 틀리다는 것을 알고도 그것을 고른 것이다.
동조의 위험성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특정인이나 집단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아 자신의 의견이나 태도를 바꾼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규범적 영향으로 인한 동조를 했을 경우 대부분 그저 남들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그들을 일시적으로 따라 하는 공적 응종이 나타나는 것에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땐 나와 다른 다수의 통일된 의견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개인 내면의 태도와 믿음 또한 집단과 일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엔 이러한 영향이 큰 위험성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치관 형성의 시기나 나만의 인생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시기에는 이러한 영향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결정할 땐 사회적 분위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참고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영향을 받다 보면 온전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고 더 나아가 결국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 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따라서, 항상 동조 현상에 유의하며 집단의 위력에 휩쓸리지 말고 언제나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모두 온전한 자신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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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지수, 이원지. (2011). 사회적 동조와 개인의 정보처리 성향이 루머 메시지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 언론과학연구, 11권(4호), 296-320p.
민혜민, 최윤정. (2017). 온라인 루머 전파에서 사회적 동조의 역할.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18권(4호), 51-89p.
이다혜. (2012). 현대소비자들의 불안과 동조소비에 관한 연구(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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