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아
[The Psychology Times=한윤아 ]
“왜 벌써 10월달인 거야?”
“이번 연도도 벌써 다 갔네!”
“왜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지?”
다들 한 번쯤은 어릴 때 비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는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릴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아 답답했는데, 지금은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고 슬프다. 분명 실제로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은 아닐 텐데 왜 우리는 이렇게 느끼는 걸까?
미국의 심리학자 피터 맹건 교수는 이에 대해 실험을 해보았다. 청년층과 노인층에 3분을 속으로 세어보게 한 결과, 청년층은 거의 3분에 맞췄지만, 노인들은 40초가 더 지났다. 즉, 같은 시간을 노인층이 청년층보다 짧게 느낀 것이다. 이는 단지 우리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가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 분비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나 기분 좋은 보상이 주어질 때 분비되는데, 선조체 돌기 신경세포의 활성은 이 도파민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도파민이 많을 때는 활성이 강해져 선조체의 회로가 빠르게 진동하는 반면, 도파민이 적을 때는 활성이 낮아져 천천히 진동한다.
즉,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때는 시간에 대한 내 안의 기준이 빠르게 돌아가니 상대적으로 바깥세상의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지고 반대로 도파민이 적게 분비될 때는 바깥세상의 모든 것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 뇌는 나이가 들면서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고 도파민에 반응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2.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지기 때문이다.
여덟 살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 전체에서 1/8을 차지한다. 반면, 50세 장년에게 1년은 인생의 1/50에 해당한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듯 느껴진다는 게 이 가설의 주장이다. 이 가설이 성립되려면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3. 기억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흔하게 추론하는 설명이다. 어릴 땐 모든 것이 첫 경험이기 때문에 기억의 양이 엄청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반복된 일상을 살다 보면 뇌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산책하다 보면 땅바닥의 개미도 신기하고 날아다니는 잠자리도 신기하다. 산책하면서 가족과 재밌게 대화하던 것도 너무 재밌고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산책'이라는 키워드의 하나의 기억 덩어리로 뭉쳐지게 된다.
이처럼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는 정보의 양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체감상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빠르게만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동일한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 동일한 시간은 시간을 바라보고 사용하는 개인의 자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기회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시간을 아는가?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쓰는 방법에 따라 ‘크로노스’ 시간과 ‘카이로스’ 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크로노스’ 시간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인 시간이라면, ‘카이로스’ 시간은 사람들에게 각각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주관적 시간이다. 크로노스 시간은 흘러가는 일상적인 시간이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카이로스 시간은 각자가 사용하기 나름이다. 열심히 어떤 일에 몰두하다 보면 그 시간은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하기 싫어 이리저리 피하고 딴짓하다 보면 지루하고 허무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점점 더 빠르게 느껴지는 시간을 어떻게 현명하게 보낼 수 있을까?
먼저 생각을 고쳐보자.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이번 연도가 다 갔네. 허무하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이번 연도 남은 기간에는 더욱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지”라고 생각해본다.
그리스인들은 비록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할지라도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게 되는 시간. 즉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을 ‘카이로스’라 불렀다. 우리는 시간이 빠르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야 한다.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힘쓰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시간은 어땠는가?
당신은 어느 시간에 살고 있는가?
당신은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에 살 것인가? 의미 있는 시간인 ‘카이로스’에 살 것인가?
지난 기사
[참고문헌]
- 유정식.(2014).[과학에게 묻다] 왜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월간 샘터, 96-97.
- 한겨레 [www.hani.co.kr]. (2014.03.25).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629820.html
- 홍경실. (2011). 시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한 키에르케고어의 실존의 삼 단계설. 인문학연구, 20(0), 179-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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