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The Psychology Times=황선미 ]
신생아도 공감을 할 수 있을까? 1970년대의 발달심리학자들은 옆에 있는 아기가 울면 따라 우는 아기의 모방 능력을 통해 신생아도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우는 것이 왜 공감인지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Martin과 Clack은 1982년, 아기들의 울음이 불쾌한 청각적 자극에 대한 반응인지 공감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실험을 하였다. 우는 신생아에게 세 종류의 다른 소리, 1)본인의 울음소리, 2)침팬지의 울음소리, 3)보다 큰 어린이의 울음소리를 들려준 것이다. 결과는? 아기들의 공감 능력이 입증되었다! 아기들은 자기와 같은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아닌 자극에는 울기를 멈추었다. 마치 ‘오직 나와 비슷한 인간의 고통에만 반응하리라’라는 메시지가 각인된 듯 말이다.
우리 모두가 한때 훌륭한 공감 능력을 발휘했던 신생아였다면 인간은 왜 부족한 공감능력을 고민하는 것일까?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동이 어떻게 누군가에게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공감도 여타의 모든 발달과 마찬가지로 거저 받은 다음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성숙시켜야 하는 능력이라서 그럴 것이다.
상담실에서 10명의 내담자를 만난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10명과는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내면의 작업을 한다. 그중의 5명과는 대화하는 상대방 감정의 톤을 맞추는 사회적 기술을 연습한다. 그중 3명과는 감정 단어부터 공부한다(감정에 집중하는 건 감정이 가장 중요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중심으로 가는 길 중 감정이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서 그렇다). 그중 1명과는 자기와 타인을 분리하는, 본질부터 시작하는 공감의 과정을 걷는다. 아기 걸음마 단계의 공감인 모방 능력이 더욱 깊은 수준의 공감으로 촉진하기 위해서는 알맞은 경험과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상담실은 뒤늦은 정서발달이 가능하도록 안전한 실험실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모방이 공감 능력이 되기까지 인간에겐 어떤 과정이 필요한 걸까?
1. 자기와 타인을 분리하기
자기와 타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공감을 Hoffman(2011)은 ‘자기중심적인 공감(egocentric empathy)’이라고 불렀다. 고민을 털어놓으려 친구를 찾아갔는데 사연을 듣던 친구가 나보다 더 슬퍼해서 되려 친구를 위로해 준 경험이 있는 분? 친구의 마음이 고와서 화를 낼 수는 없고, 내 속은 여전히 타고. 이런 경험이 있는 당신은 아마도 ‘다음번에는 이 친구를 찾지 않으리라’ 다짐했을지도 모르겠다. 자기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뒤섞인 ‘자기중심적인 공감’은 고맙기는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네 마음 내 마음을 분리하지 못해 내 슬픔을 가져간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해주자.
“마음은 고맙지만 내 고민을 네가 짊어지지는 않아도 돼. 그냥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거기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2.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익히기
A: 화났어?
B: 아니 억울해.
A: 화난 거나 억울한 거나 그게 그거지, 뭘 그렇게 따지니?
B: 이것 봐, 넌 나한테 관심이 없지. 이젠 답답하기까지 하다.
B에게 필요한 것은? ‘억울함’이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자기는 어떨 때 억울한지, 사람들은 주로 어떨 때 억울하다고 하는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화라는 큰 감정 말고 ‘억울함’이라는 세밀한 감정도 있다는 걸 배우는 경험이 필요하다.
“A님, B는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화난 것과 억울한 것의 차이를 모르는 걸 거예요.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세요.”
3. 상대방 감정의 톤을 맞추기
감정에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약속이 있다. 가장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인 인간의 감각도 그런 것처럼 말이다. 바리스타나 티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훈련 중에는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이라는 향기 차트를 기준삼아 합의된 향을 찾아내는 관능 훈련이 있다. 가령 녹차에서는 해조류와 풀향을, 홍차에서는 주로 과일과 향신료향을 찾아야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입맛일지라도 타인과 즐기기 위해서는 공통의 감각을 정하는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약속을 잘 알고 있다. 대화하는 상대방의 감정이 대강 희(喜)인지, 노(怒)인지, 애(哀)인지, 락(樂)인지 범주를 알아차리고, 그 강도가 약함-강함 사이의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데 능하다. 한 마디로 감정의 톤을 맞추는 재주가 있다. 감정의 톤을 맞추고 하는 대화는 서로에 대한 의심과 방어가 줄어드니 대화 내용도 관계도 풍성해진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감정의 톤을 맞추는데 능한 사람을 찾아 풍성한 대화를 많이 나누어 볼 것! 집중하고 맡을수록 후각이 예민해지듯이 애써서 느낄수록 공감 능력도 자랄 것이다.
참고문헌
Hoffman, M. L.(2011). 공감과 도덕발달: 배려와 정의를 위한 함의들, 철학과 현실사.
Martin, G. B., & Clark, R. D.(1982). Distress crying in infants: Species and peer specificity. Developmental Psychology, 18,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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