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The Psychology Times=이유진 ]
가끔 부모님과 닮은 자신의 행동을 발견한 때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행동이든, 부정적인 행동이든 말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부모님의 친구를 만날 때면 말투가 엄마와 혹은 아빠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부모님을 만난 적 있는 내 친구들 또한 부모님의 분위기와 행동과 나랑 똑같다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오묘한 기분이 든다. 부모님의 장점을 닮았다는 건지, 단점을 닮았다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좋다는 거야, 안 좋다는 거야?'라고 상대에게 되묻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역으로 질문하다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그저 부모님의 장점만 닮았으면 좋겠다는 희망 혹은 소망을 숨기며 넘겨버린다. 지난 몇 년간 '부모님과 내 행동은 비슷하다.'라는 가정이 참인지 거짓인지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최근 어머니의 질문에 똑같은 답을 하는 나와 아버지를 보며, 어머니의 행동과 닮아가는 나를 자각하며 이러한 가정이 참이라는 확신이 어느정도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우리가 부모님의 행동을 닮아가는 원인은 무엇일까?
환경의 영향을 보여주는 보보인형 실험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는 1960년 아동을 대상으로 두 번의 실험을 진행하는데 이는 현재까지 '보보 인형 실험'이라고 불리며 심리학계에 큰 영향력을 준 실험 중 하나로 뽑히고 있다. 1961년 진행된 첫 번째 실험은 아동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혼자 10분간 실험실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도록 했다. 실험 과정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1. 보보 인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성인을 보며 놀이를 하는 그룹을 A 집단으로, 어떤 공격적인 행동도 하지 않는 성인을 보며 놀이를 하는 그룹을 B 집단으로, 성인 모델 없이 아동 혼자 놀이를 하는 그룹을 C 집단으로 설정한다.
2. 10분 후 각 집단을 다른 방에 옮겨 놀게 한 후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다른 아동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3. 세 집단 아이들을 폭력적이지 않은 장난감, 보보 인형, 공격성이 있는 장난감이 모두 있는 세번째 방으로 옮긴다.
그 결과 공격적인 모델을 관찰한 아이들은 유독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났으며, 성인 모델이 인형을 다루었던 방식을 모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조군을 변경하며 실험을 진행한 결과 동성의 행동에 대한 학습 및 모방효과가 더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심리학자 로웰 후스만이 주도한 330명의 아동 종단연구에서도 폭력적인 장면에 많이 노출됐던 청소년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관찰학습(모델링), 즉 모델이 하는 행동을 보고 따라 하게 되며 이를 학습하는 것이다. 해당 실험은 이후 알버트 반두라가 주장한 사회인지이론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다.
자녀가 부모의 복제 인간이 된다는 생각은 금물
하지만 해당 시험으로 인해 자녀가 부모의 모든 부분을 100% 물려받는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해당 심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자녀가 부모의 행동과 유사한 행동이 일어나는 경향을 파악한 것뿐이다. 때문에 해당 실험이 부모를 모든 일의 원인으로 탓하는 혹은 부모의 부정적인 면모를 무조건적으로 닮을 것이라는 오류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살인자의 자녀는 살인자가 될 것이다.', '내가 이런 모습인 건 엄마 때문이야.' 등의 극단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삼가야 한다. '반두라'는 앞서 언급한 실험을 통해 사회인지이론을 제시했다. 사회인지이론은 인간의 지식 습득에는 개인의 인지, 행동, 경험, 주위 환경이 상호작용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사회인지이론에는 기대, 신념, 사고 등 개인적인 특성과 환경적 요소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해당 기사를 읽고 부모님의 부정적인 측면을 닮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며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인지한 후 원할 경우 조금씩 노력하면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께 받은 긍정적인 측면에는 감사를, 부정적인 측면에는 극복을 더하며 삶을 꾸려나가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삶에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지난 기사
-참고문헌
이성연, "보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이루어진다", 넥스트이코노미, 2020.09.03, http://www.next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69
김다영, 반두라 사회학습이론을 적용한 뮤지컬 보컬지도법 연구 :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뮤지컬 보컬 수업 중심으로 / A Study on Teaching Method of Musical Vocal Using Bandura's Social Learning Theory, 명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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