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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용서합니다 - 종교학과 심리학의 만남, ‘용서’ - ‘고백’과 ‘용서’의 과정에서 보는 심리치료모델
  • 기사등록 2022-10-27 1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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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윤소영 ]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어려서부터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면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배워왔다. 첫 사람 간의 관계가 시작되는 형제자매에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과와 용서, 그리고 화해를 거쳐 현재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능력을 길렀을 것이다.


용서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관점에서 인간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용서는  죄를 저지르기 쉬운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죄를 고하고 그것을 수용하고 용서하는 인간의 고귀함을 보여준다. 또한 용서는 심리학과 종교학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신과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죄에 대한 고백과 그에 대한 용서는 인간의 심리를 치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시 말해 근본적인 심리 치료와 회복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발견된다.

 


고백으로부터 용서에 이르는 상징체계


지금까지 용서의 문제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일차적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과의 관계로부터 벗어나 삶의 영역을 합리화하는 것에 입각하여,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영역으로 전환되었다.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성직자와 신도의 관계, 나아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 대화는 치료이자 구원의 요소이며, 인간의 실존을 드러낸다.


용서는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죄를 범한 사람은 죄책감이 들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자신에 대한 불편함과 자신 및 타인으로부터의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고해성사’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죄를 털어 놓고, 상당한 안도감과 함께 다시 인간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로 인해 ‘범죄-죄책감-고백-용서’의 과정이 인류의 삶 가운데 누적된 본질적인 경험이 된다. 즉 고백과 용서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관계를 구성한다. 



고해성사와 심리상담 모델-정신분석상담을 중심으로


무의식적인 비밀이나 은폐된 것은 항상 마음 어디엔가 남아 나를 공동체로부터 소외시킨다. 일종의 ‘그림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자아와 그림자 사이에 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 바로 ‘고백’이다. 즉 고백은 우리가 우리의 죄, 즉 그림자를 직면하고, 그것을 무의식 속에서 끌어올려 의식화하게 함으로써 올바르게 고치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백과 용서의 상징체계는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관계에서도 반영된다. 상담자는 성직자가 그러하듯, 내담자로부터 고백을 이끌어냄으로써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적인 요소를 의식화하도록 촉진한다. 자신이 죄로 여기는 것들, 사회로부터 소외당한다는 느낌, 불편함 등을 무의식 속에서 끌어올려 내담자가 직접 이를 밝혀내도록 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기초한 정신분석상담과도 결이 같다. 특히 정신분석 치료의 핵심 기법인 자유연상(free association )은 내담자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무엇이든 내뱉으며 그것에 대한 고통스러움, 죄책감, 비논리성을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담자는 상담자 내면에 있는 무의식, 갈등, 동기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내담자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동안 숨겼던 감정을 표출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즉, 고해성사의 과정과 같이, 상담자가 내담자의 무의식 속에 있는 갈등과 감정을 표면화시켜, 이를 해석함으로써 내담자의 반응을 수용하고 격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종교적 성격이 짙은 ‘용서’라는 개념에서도 우리는 심리치료의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에서 고백을 하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 다는 것은 정서적, 사회적 건강에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폭력과 죄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자기 내면에 있는 그림자에 민감해야 하며, 이를 의식화하여 자신에게 있는 내면의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내가 지금 불안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고백’과 ‘용서’를 통한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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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평화, 김보기. (2022).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적용한 상담과정과 상담기법에 관한 연구. 산업진흥연구, 7(2), 51-58.

윤영돈. (2018).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본 화해와 용서의 문제. 철학논집, 54(0), 7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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