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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고통에 함께 눈물 흘리는 대중들 - 언론인이 지켜야 할 강력 범죄 보도 윤리에 대하여
  • 기사등록 2022-10-27 13: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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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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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네이트 기사를 읽는 습관이 있다.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된 소식을 정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장 오래, 또 많이 읽는 기사는 사회면 기사다. 안타깝게도 사회면 기사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도 누가 죽고, 죽였고, 맞았다는 소식들이 마치 서로 경쟁하듯 앞다투어 보도되는 모습에 종종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번 달에 읽었던 기사 중 생각나는 것만 해도 가정폭력으로 4차례 신고한 아내가 결국 남편에게 피살당한 사건(JTBC, 10.6)이라든가, 만취한 승객이 택시 기사를 70여 차례 폭행한 사건(연합뉴스, 10.8), 그리고 결혼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로변에서 여성을 폭행한 사건(경향신문, 10.11)까지 다양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강력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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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TV, 신문, 라디오,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사고는 대부분 긍정적인 느낌은 아닌 듯하다. 보통 크게 공론화가 되는 사건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잔인하고 충격적인 범죄가 주류였다. 대한민국을 분노케 했던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2016),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2018), 정인이 아동 학대 살인사건과 N번방 사건(2020), 그리고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으로, 이러한 강력범죄들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위 사건들은 미디어를 통해 범행 당시 수법과 상황이 묘사 및 재현되었고, 범죄자들의 신상 역시도 빠르게 전파되었다. 우리가 직접 겪지 않은 사건들의 구체적인 경위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이유는 매스미디어가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언론사로부터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현장 사진이나 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듯 당시 현장 관련 소식을 비교적 쉽게 접하면서 사람들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범죄 사건을 경험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피해자와 동일하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증상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 VT)이란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았지만 타인의 피해를 가까이에서 목격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할 경우 직접적인 외상(Trauma)을 입은 사람들과 유사한 고통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차적 외상 스트레스(Secondary Traumatic Stress, STS)' 또는 '간접 외상(Indirect trauma)'이라고도 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국민들의 대리 외상을 우려했던 사건 중 하나는 아마 2014년 4월 16일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침몰 사건일 것이다. 실제로 세월호 사건이 장기화함에 따라 언론사들은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고려하여 간접 외상 관련 기사를 보도하였고(wikitree, "트라우마 빠진 대한민국 'TV 잠시만 끄세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2014)는 세월호 관련 뉴스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을 것을 권장한 바 있다.



강력범죄 보도에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



최근 미디어 매체를 통한 강력 범죄 보도 횟수가 늘어나면서 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다시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들은 범죄 보도 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며, 범죄를 예방하는 공정성의 역할을 다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강력 범죄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특정 사건 위주에 굉장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형태를 띠곤 한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자극적인 보도는 대중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높은 공포심을 유발하고 모방범죄를 조장한다. 범죄 수법이나 사건 당시 현장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심리적 외상을 경험하게끔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잠재적 범죄자를 양성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 기사(22.10.16)에 따르면, 대만에서 소셜미디어와 영상통화 앱을 이용해 성범죄를 행한 용의자는 한국의 'N번방'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범죄 수법을 모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 윤리를 지키지 않고 선정성을 강조한 언론매체는 시청자들에게 심리적 외상을 포함한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국민들의 알 권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향후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흥미 위주의 보도 방식이 아닌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두어 범죄 보도의 긍정적인 기능이 두각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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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없는 대화를 굳이?" vs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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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유지. (2021). "미디어를 통한 범죄 보도 노출이 간접외상에 미치는 영향 :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의 영향." (국내석사). 경기대학교 대학원, 수원.

박동혁. (2017). "재난뉴스 이용이 간접외상에 미치는 영향 : 세월호 뉴스 이용에 따른 정상집단과 외상집단 비교." (국내박사).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용인.

정의문. (2015). "세월호 사건 매체노출이 대학생들에게 미친 간접외상에 대한 연구 : 외상관련 부정적 신념과 회복탄력성을 조절변인으로." (국내석사). 대구대학교 대학원, 경산.

김지윤, 이동훈, 이덕희. (2018). "DSM 진단기준의 충족 여부 및 사건의 직, 간접 경험 여부에 따른 심리적 기능의 차이." 한국심리학회지 Vol.20 No.4 : 1125-1153.

"하루종일 정인이 생각, 눈물만 흘러" 대리외상증후군 확산 [한경라이프]. (2021).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1010828717

"충격적인 뉴스 접하면 타인 불행에 동질감 느껴 우울"...간접 외상 증상 [조선비즈]. (2014).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21/2014042101726.html

트라우마 빠진 대한민국 "TV 잠시만 끄세요" [위키트리]. (2014).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69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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