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The Psychology Times=김영언 ]
최근에 책을 읽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괴테가 쓴 작품이다. 작품에서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사랑에 실패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내용을 담은 책이 출간되고 이후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때부터 사람의 심리와 관련된 새로운 사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유럽 전역에서 다수의 청년이 죽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본 결과, 청년들이 작품 속 베르테르에게 몰입하고 그의 감정에 함께 이입하게 되어 모방 자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었다. 그럼 이러한 베르테르 효과가 현실에서 정말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이 베르테르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베르테르 효과를 명확하게 정리하자면 자신이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생각했던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 그 대상을 모방해서 자신도 같은 행동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그리하여 모방 자살 효과라고도 불린다. 사실 책을 읽고 이러한 현상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 나와 나의 롤모델을 동일시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아픔을 내가 완전하게 느끼면서 같은 행동을 보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찾아보았는데 현실에서도 그러한 일이 많이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가 사망하고 그달에만 많은 청년이 목숨을 달리했다. 장국영의 사망 소식이 들리고 그의 팬 9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6명이 실제로 사망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베르테르 효과라고 볼 수 있는 예시들이 많다.
또한 롤모델이나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아니어도 언론에서 누군가의 극단적 선택을 지나치게 많이 보도한다거나 상세히 표현한 기사가 또 다른 이의 모방을 불러일으킨다는 분석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예시로 어떤 사람이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어 사망하게 되었는데 그 현장을 너무 극적으로 표현하여 그를 모방하려는 시도도 많았다. 이렇듯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고 읽히는 언론의 영향력을 간과한 현실을 꼬집어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각국에서 미디어 지침을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가 합심하여 자살보도권고기준 3.0 지침을 내렸다. 그 내용으로는 기사 제목에 ‘자살’이라는 표현을 최대한 피하고, 구체적인 자살 방법, 내용 보도 금지,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주의하여 사용,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자살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 예방 정보 제공, 자살 사건을 보도 시에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할 것 등이 있다. 이를 개념적으로, 자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한 보도를 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 즉 파파게노 효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현실이 객관적으로 보아도 살아가기 쉬운 날들은 아니다. 많은 문제와 부딪히며 살아가고 때로는 좌절하고 미디어에서는 오늘도 가슴 아픈 일들이 보도된다. 무엇이든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이 현실의 탓이다. 버티지 못할 만큼 힘들다면 도움을 받아보자.
-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 생명의 전화 1588-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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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종오 (동의대학교). (2010).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 연예인을 중심으로 A Study on Criminal Psychology Analysis of Werther Effect : Focused on Korean Entertainers 한국범죄심리연구 v.6 no.3 , pp.37 - 67
박형민. (2016). 베르테르 효과와 파파게노 효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에스더. (2018). 5년 만에 개정된 '자살보도 가이드라인'..."1인 미디어·SNS 책임감도 가져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847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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