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서
[The Psychology Times=최윤서 ]
출처: freepik
여러분은 촉박하고 불안하면서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결국 마감일 직전에 일을 후다닥 끝마치는 편인가요? 저는 미리 일을 끝내놓는 성향이 아니라서 끝까지 미뤄놓고 나중에 가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마지막엔 항상 후회하고 반성하면서도 결국은 계속 미루는 것을 반복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항상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저의 일을 끝까지 미루는 습관이 ‘완벽주의’ 성향에서 비롯된다는 것과 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그런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방안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해야 할 일을 미루다가 결국 마지막엔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완벽주의의 종류
완벽주의는 자신을 향해 높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의학 전문가 윤동욱 의사에 의하면, 완벽주의는 회피형, 자책형, 감독형, 안정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첫 번째, 회피형은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모든 선택과 행동을 미루는 회피 성향입니다. 두 번째, 감독형은 자기가 정한 높은 기준에 따라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어떤 어려움이 찾아오든 끝까지 인내하고 소화하려 하는 유형입니다. 셋째, 자책형은 실수나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돌려 불안, 번아웃, 공황 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되는 유형입니다. 완벽주의자라고 해서 모두 다 불안하고 우울한 것은 아니며,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마지막 유형인 안정형입니다. 안정형은 적당한 기준을 가지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로 성장과 성취감을 즐기는 건강한 유형입니다.
게으른 완벽주의
게으른 완벽주의는 완벽주의 중에서도 ‘회피형’ 완벽주의에 해당합니다. 할 거면 뭐든 제대로 하고 싶은 부담감에 일의 시작조차 회피하게 되는 것이죠. 일을 시작한 후에는 시간 내에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세우기 때문에 그것에 맞추느라 시간도 부족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 내에 최대한의 효율로 일을 끝마치긴 하였지만, 자신에 대한 엄격한 기준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선 만족하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죠. 또는 이왕 시작한 일을 아주 완벽하게 끝마치고 싶은 마음에 마감일을 못 맞추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심리 때문에 계속 잘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만 찾고, 아예 실행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완벽하지 않거나 남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두려워 쉽게 그 아이디어를 얘기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 자기가 생각한 만큼의 완벽한 성공을 이룬다 하더라도, ‘다른 일도 그만큼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란 조바심에 성공에 대한 성취감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완벽주의 사람들은 스스로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는 탓에 일을 시작한 후 마칠 때까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잘하려다가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그런 스트레스는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바뀌어 순식간에 우울, 자책, 자괴감, 번아웃 등을 유발하여 무기력해지게 됩니다.
게으른 완벽주의의 원인
게으른 완벽주의는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맞춰진 완벽함에 대한 기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의 만족스러움’은 ‘남의 시선’에 맞춰져 있는 것이죠. 따라서 과정이 아닌 결과, 즉 ‘어떻게 보여지냐’가 중요하게 되어 스스로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있는 그대로 만족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입니다.
그렇기에 남들에게 비난 받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비난 받으면 내가 한 것은 모두 ‘잘못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정의되는 것 같아 누구에게나 완벽해 보이려는 강박을 갖게 되는 것이죠.
헤이든 핀치에 의하면, 능동적인 미루기는 ‘압박감을 느껴야 능률이 더 오른다’는 믿음 때문에 일부러 더 미루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감정의 회피, 미루기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완벽주의, 그에 대한 해결
완벽주의는 그저 벗어나야만 하는 병인 걸까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면 논리적이고 일도 꼼꼼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완벽주의가 항상 나쁘다고 할 순 없습니다. 완벽주의를 잘만 활용한다면, 자기 자신과 결과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안정형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스스로를 갉아먹는 병적 완벽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에 치우쳐져, 완벽 자체가 목표가 되기 때문에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완벽주의 성향을 조금씩 가지고 있고, 이걸 잘 조절해서 ‘안정형’에 가까워지면 완벽주의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려 노력해야 합니다. 완벽주의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죠. 본인의 완벽에 대한 강박이 우울함의 원인이자 불행하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극복하려고 해야 합니다. 본래의 높은 기대치를 버리고 기준을 다시 세우며, 두려움의 뿌리를 찾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계속 시도해야 합니다. ‘안되면 어때’라는 편안한 마음을 먹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그때 했어야만 했는데, 해야만 하는데’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그냥 해보자’하는 여유와 유연한 마음가짐 가지기.
2. 비난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방식대로 살기.
3.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목표로 하지말고 나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여 그것에 집중하기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만큼 각자 사랑받을 이유도 다양합니다. 지금 우리는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빛나며, 그 자체로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매일 되새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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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헤이든 핀치. (2022).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시크릿하우스.
윤닥(윤동욱). (2022).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한빛비즈.
김윤희, 서슈균. (2008). 완벽주의에 대한 고찰: 평가와 치료.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20권(3호), p581~613.
서울아산병원 [amc.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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