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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수연 ]


pixabay

얼마 전 시험공부를 하며 왠지 시험을 잘 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직 교과서를 한 번도 채 보지 않은 상태였다. 반면에 공부를 열심히 한 과목에서는 자신감을 같지 못했다.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졌다. 공부를 많이 했다면 자신감이 높아져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닝 크루거 효과


이러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가 더닝-트루거 효과이다. 더닝-트루거 효과란 특정 영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인지 편향을 의미한다. 반대로 해당 영역에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포함된다. 더닝-트루거 효과는 코넬대학교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트루거가 발견한 심리 이론이다. 1995년 미국에서는 맥아더 휠러라는 은행 강도가 체포되었는데 특이하게도 복면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종이에 레몬즙으로 글을 쓰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얼굴에 레몬즙을 바르고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더닝 교수는 ‘이런 무모한 자신감이 왜 생겼을까’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한 가지 실험을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영역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고, 자신이 어느 정도 실력일지 예측하게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의 하위 25%가 자신이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하였다. 오히려 상위 25%는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 2022 McGill University 

맥아더 휠러와 하위 25%의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 대해 ‘잘’ 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믿음은 그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시험공부를 하지 않을수록 시험 범위를 잘 알지 못하니까, 왠지 다 아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공부를 많이 했다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더욱 잘 알기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메타인지


더닝-트루거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메타인지의 부족 때문이다. 메타인지란 인지에 대한 인지를 의미한다. 더닝-트루거 효과에서 언급되는 메타인지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메타인지는 EBS의 <0.1%의 비밀>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에 언급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소위 ‘공부 잘하는 비법’으로 통용되게 된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따르면 성적으로 상위 0.1%인 아이들이 메타인지 즉,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메타인지의 부족이 더닝-트루거 효과로 이어질까?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면 자신이 무엇을 틀렸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안다면 자신이 무엇을 틀리는지를 알고,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더닝-트루거 효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더닝-트루거 효과로 인해 시험에 잘 대비하지 못한다면 시험 결과는 좋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더닝-트루거 효과가 시험을 망치게 만드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다. 더닝-트루거 효과는 사회적 더 큰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김현우&이종혁(2020)의 연구에서는 정치 영역에서 나타나는 더닝-트루거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정치 지식이 부족함에도 자신이 정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사고는 잘못된 정치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방면에서는 주식 같은 투자를 할 때, 실제 그 분야를 잘 모름에도 무모하게 뛰어드는 것도 더닝-트루거 효과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더닝-트루거 효과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닝-트루거 효과는 단순히 어떤 사람이 우매해서 나타나는 효과가 아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때, 그리고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파악하지 못할 때 나타나기 때문에 고학력자라고 해도 더닝-트루거 현상에 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지식에 섣불리 만족하지 말고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많이 알고 있구나!’를 느낄 때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라고 느껴질 때가 이제 그 분야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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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Kruger, J., & Dunning, D. (1999). Unskilled and unaware of it: How difficulties in recognizing one’s own incompetence lead to inflated self-assessmen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7(6),

1121-1134.

-김현우, 이종혁. (2020). 정치적 무지에 대한 무지 : 실제 지식과 인지된 지식이 정치 참여에 미치는 효과 분석. 한국언론학보, 64(4), 210-246.

-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 - 8부, 0.1%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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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11 14: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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