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서
[The Psychology Times=서민서 ]
타인은 나의 거울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이 있나요? 사람을 미워해 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부처일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따라서 이 '미움'이라는 감정을 억눌러서도 안 되고, 일부로 부풀려도 안 됩니다. 만약 누군가 밉다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표현하지 않으면 미움은 마음속에 점점 쌓여 혐오가 됩니다.
마음 속에 쌓이는 미움
친구가 밥을 쩝쩝대며 입을 벌리고 먹어서 미운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이럴 때 "친구야, 입 좀 닫고 먹어라."고 말한다면 다행입니다. 이러면 적어도 표현했기 때문에 내 마음에 미움이 쌓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친구와 싸우기 싫어서, 혹은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하게 되면, 내 마음에 친구에 대한 미움이 쌓이게 됩니다.
미움이 마음에 쌓이면, 하나의 명분이 됩니다. 한 번 참았기 때문에 다음에 미워할 명분이 생기는 거죠. 그러면 나중에 전혀 상관없는 일로 친구와 싸우게 되거나, 심지어는 더욱 만만한 사람에게 분풀이하게 됩니다.
미워할 명분이 생기면 혐오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표현하지 못해서 마음에 미움이 가득 쌓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사람은 누군가를 미워할 명분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자신은 항상 참고 살았고, 그동안 피해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미움을 되갚아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분노를 표출해 마땅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혐오할 준비가 끝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호시탐탐 분노를 표출할 기회만 엿봅니다. 그러다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찾아오면, 그동안 쌓아둔 미움을 쏟아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과격한 행동은, 본인이 보기에도 이상해 보입니다. 따라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방의 실수를 과장하고, 단점을 만들어내서 화를 낼 만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미움을 쌓았다가 쏟아내고, 이런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음해하는 것. 이것이 혐오입니다.
혐오를 멈추는 법
이처럼 혐오의 동기와 방식이 꽤 명확하지만, 혐오를 멈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은 혐오를 안 한다고 생각하거나, 언제 어떻게 하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 사람이 자신의 태도의 단점을 보도록 하려면, 단순히 '말로만 하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
- 칼 융
혐오를 멈추는 데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반성이 필요합니다. 먼저, 자신이 혐오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심지어는 존재하지도 않는 대상을 비난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인정을 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더 깊은 인격을 발달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도덕적 노력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몹시 미워질 때마다 자문해야 합니다.
'정말 저 사람이 이렇게까지 미울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저 사람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어쩌면 그토록 밉게 보이던 누군가의 행동이나 성격적 결함이 그 사람의 일부가 아니라 나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일부분을 종종 타인에게 투사하여 바라봅니다.
"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
- '데미안' 中
어떤 일이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다면,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와 관련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타인에 대한 혐오를 자신이 성숙해지는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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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헤르만 헤세.(2017).데미안.서울:민음사
칼 융.(2019).아이온.서울:부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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