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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


@Pixabay

영원히 순진무구한 아이로 남을 수 있는 꿈과 이상의 섬, 네버랜드. 몸은 다 컸지만 아이의 내면을 닮아 순진하고 유약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피터팬은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네버랜드를 자유롭게 누빈다. 만화 속 세상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해를 거듭할 때마다 "벌써 1년이 지나갔다"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원망스러운 사람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 피터팬이 마냥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으려 평생을 노력했던 것처럼, 늙지 않고 오래 산다는 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자 희망이었다.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란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인 댄 카일리(Dan kiley)가 1983년 자신의 저서인 <피터팬 증후군>에서 신체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아이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설명하면서 유래했다. 성인이란 일반적으로 몸의 성장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부모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상태의 개인을 의미한다. 하지만 피터팬 증후군에 속하는 사람은 책임감이 부여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또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마치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듯 타인에게 굉장히 의존적이다. 


또한 과도하게 높은 이상을 갖고 있지만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특징도 있다. 이상은 높지만 책임감은 없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을 겪기도 한다. 때문에 피터팬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쉽게 환상의 세계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보다는 환상이 스스로에게 더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심리적 퇴행 상태를 겪는 피터팬들은 모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정말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셈이다.



사람들은 왜 피터팬이 되었을까?



피터팬은 정서적으로 아동의 세계에 머물러 있어 성인의 세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그 상태에 만족하는 영원한 소년이다. 아동의 세계에 머무른 피터팬이 많아지는 이유는 바로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에게 요구되는 암묵적인 기대가 이전보다 많아진 것에 비해, 이를 헤쳐 나갈 내면적 힘은 제대로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성숙하지 못한 내면에 그렇지 못한 외부로부터의 기대가 서로 상충하며 이를 극복할 자신이 없어 그대로 회피하고 싶은 욕망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Erikson(1994)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청소년기에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자아 정체감이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는 과정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방황을 겪으며, 이 과정이 길어지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와 같은 혼란 상태가 피터팬 증후군의 특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자녀를 지나치게 보호하게 되면 독립심이나 책임감이 낮아지고 외부로부터 오는 어려움을 회피하려고 한다. 부모의 과보호는 자녀가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면서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다.



본연의 자아를 확립하는 일



부모에게서 독립한다는 것은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간섭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하지만 매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점에서 그 특권은 어쩌면 중압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어른으로서 앞으로의 삶을 본인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본연의 자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립심을 갖고 나만의 고유한 개성을 찾는 게 필요하다. 자아의 확립 없이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인간은 그 어떤 목적성도 없이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 즉 피투(彼投)된 존재로서 인간은 부조리한 존재라고 보았다. 즉 인생이란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은 이렇게 피투된 존재이기 때문에 동시에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즉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그 자신이 절대적인 자유 그 자체로써, 미래의 불확실성과 다양한 가능성에 직면하며 스스로 선택하고 기투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처럼 인간이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향해 스스로를 내던짐으로써 자신의 삶을 일구는 것을 기투(投)라고 한다.


비록 우리는 어떤 이유로 이 세상에 던져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디로 가야 할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다. 어떤 삶을 향해 기투해나갈지는 나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 과정은 늘 실패와 좌절을 동반하겠지만 그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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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성일, 심은영(2011). 성장을 꺼리는 피터 팬 증후군 척도의 타당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상담연구. 2011, Vol. 19, No. 2, 1-21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편. 피터팬 증후군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77381&cid=58345&categoryId=58345&expCategoryId=58345

심리학용어사전. 피터팬 증후군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94257&cid=41991&categoryId=4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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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23 18: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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