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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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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을 많이 느낀다. 작은 과제를 할 때도 ‘제출기한이 이때가 맞는가?’, ‘주제와 평가기준이 이게 맞았었나? 착각한 건 아닌가?’, ‘메일을 하루가 지나도 안 읽으시는데, 혹시 누락된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불안에 스스로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정작 불안하지 않고 마음이 편한 날에는 크든 작든 꼭 실수를 하나씩 해서, ‘불안하지 않으면 일을 망친다’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함은 내 일상에 항상 함께 하고 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걱정 많은 내 성격을 탓하기도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이 결과까지 이어지는 친구들이 많은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걸까?

 

비관주의자 

 

무슨 일을 하든 최악의 결과를 염려하는 나에게 나는 스스로 ‘비관주의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무엇이든, 무엇을 하든 부정적인 결과만을 떠올리는 나의 성격이 ‘앞으로의 일이 잘 안 될 것이라고 보는 태도’를 의미하는 비관주의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나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어두운 사람으로 나 자신에게 각인되었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스스로 괴로워하는 나에 대한 실망이 더해진 결과였다. 그리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낙관적인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걱정이나 불안이 생기면 ‘잘 될 거야,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불안해하지 마.’라고 의식적으로 되뇌곤 했다. 그러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대신 예상치 못한 실수나 좋지 않은 결과에 더 큰 절망을 맛볼 때가 많았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불안해야 한다는 이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전략적 낙관주의와 방어적 비관주의


심리학자 Norem은 1986년에 전략적 낙관주의와 방어적 비관주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특성을 연구했다. 전략적 낙관주의란, 자신의 성과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성향을 의미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평정심을 갖는다. 반면, 방어적 비관주의는 과거에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자신의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가정을 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최악의 결과를 가정하면서 상황에 대한 불안함을 가진다. 이렇게 표면적인 정의만 본다면, 전략적 낙관주의가 방어적 비관주의에 비해 더 좋은 심리 상태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집중해야 할 것은 ‘낙관’과 ‘비관’이 아니라 ‘전략’과 ‘방어’이다. Norem의 연구에서 전략이란 ‘목적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이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낙관주의에서 자신이 상상한 ‘좋은 미래를 이루어 나갈 행동’이 더해졌을 때, 전략적 낙관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관주의에서 자신이 상상한 최악의 미래를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 더해졌을 때, 방어적 비관주의라고 명할 수 있다. 즉, 전략적 낙관주의와 방어적 비관주의 모두 좋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략적 낙관주의자는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좋은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수행하는 것이고, 방어적 비관주의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불안함을 동력으로 바꾸어 일의 성과를 이끌어 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도입에서 말했듯, 나도 불안하지 않은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비관주의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제시한 Norem조차 방어적 비관주의자들도 불안보다는 긍정적인 기분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방어적 비관주의자도 전략적 낙천주의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나에게 맞는 방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Norem은 방어적 비관주의자가 인위적으로 불안을 해소하게 하는 전략은 오히려 과제 수행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좋은 성과를 위해서는 각자에게 맞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낙관주의자는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사용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반면, 방어적 낙관주의자는 불안을 효과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사용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비관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억지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성과 수행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를 잘 알고, 그에 맞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좋은 성과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스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의 첫걸음이다. 방어적 비관주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는 그저 매 상황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내 성격이 밉기만 했다. 하지만 이것이 내 타고난 기질이고, 이를 통해 여러 성과를 이루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에 대한 미움이 줄어들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자신에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을 더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보자. 그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들을 마주하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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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최승미, 우종민. (2007). 방어적 비관주의의 기능성. 스트레스 硏究, 15(3), 235-244.

- Norem, J. K., & Cantor, N. (1986). Defensive pessimism: Harnessing anxiety as motiv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1(6), 1208-1217.

- Spencer, S. M., & Norem, J. K. (1996). Reflection and distraction defensive pessimism, strategic optimism, and performa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2(4), 354-365.

- Norem, J. K., & Chang, E. C. (2002). The positive psychology of negative thinking.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58(9), 99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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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24 14: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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