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림
[The Psychology Times=이효림 ]
“우리가 꿈을 꾸는 동안은 그것이 진짜 같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그것이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지.”
꿈은 미지의 세계이다.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으며, 당장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사라진다. 많은 학자에 의해 꿈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우리의 궁금증은 남아있다. 대체 꿈은 뭐고,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걸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꿈일까, 현실일까? 만약 꿈과 현실의 경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금부터 우리에게 꿈과 무의식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의 분석을 바탕으로 꿈에 대한 무수한 궁금증에 답을 내려 보려 한다.
인간의 무의식, 꿈에 생각을 심는 게 가능할까?
영화 인셉션의 주인공 코브는 특수 보안요원으로,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코브에게 생각을 훔치는 것이 아닌, 그 꿈속에 생각을 심는 ‘인셉션’ 작전의 제안이 들어온다.
꿈이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의 신경과 의사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을 ‘해석’이라 정의 내렸다. 프로이트는 꿈을 단순히 밤에 꾸는 어떤 환상이 아니라, 왜곡된 형태로 존재하는 해석 가능한 의미의 결정체라고 분석했다. 특히나 인간의 내면에 억압된 갈등이나 무의식에 자리 잡은 깊은 소망이 꿈의 형태로 떠오르기 때문에 꿈을 해석하는 것은 어렵지만, 해낸다면 인간의 무의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그의 제자 칼 구스타브 융은 꿈이 단순 무의식 속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창조적인 힘이 발현되는 곳이라고 보며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특히 반복적으로 꿈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내면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꿈을 통해 자아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꿈에 대한 정의는 이처럼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꿈이 우리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통로라는 견해를 표방한다. 무의식의 세계에는 우리도 인지하지 못하는 내면의 깊은 감정들이 쌓여있으며, 꿈은 이러한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꿈에 생각을 심는 ‘인셉션’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만약 꿈속 무의식에 생각을 심을 수 있게 된다면, ‘인셉션’은 그 자체로 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왜 꿈속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가는 걸까?
인셉션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은 시드니에서 LA로 향하는 비행기 안의 10시간! 그러나 꿈속에서의 뇌 활동은 깨어있을 때의 20배이기 때문에 1단계 꿈속에서는 일주일, 2단계 꿈속에서는 6개월, 3단계 꿈에서는 10년의 시간이 제공된다.
정말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의 시간보다 꿈에서의 시간이 훨씬 느리게 흐르는 걸까? 인간의 수면 패턴은 단순히 잠들거나 깬다는 과정이 아닌, 일정 수면 단계가 사이클처럼 존재한다. 여러 단계 중에서 우리는 빠른 안구 운동이 일어나는 ‘렘(REM)수면’ 상태에서 꿈을 꾼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펼쳐지지만 자각하지 못하는데, 간혹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자각몽’ 혹은 ‘루시드 드림’을 꾸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자각몽을 자유자재로 꿀 수 있는 사람을 ‘루시드 드리머’라고 부른다.
실제로 2013년 대니얼 얼라쳐 연구팀은 꿈에서의 시간 흐름을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루시드 드리머를 통해 현실과 꿈에서의 시간 흐름을 연구했고, 그 결과 꿈에서의 시간이 현실에서보다 약 20~50% 정도 더 느리게 흐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것은 꿈일까, 현실일까?
꿈속의 꿈. 꿈속 꿈속의 꿈.
확실한 인셉션 작전의 성공을 위해 코브 일행은 더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지만, 그럴수록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 걸까?
가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꿈속의 행동을 현실에 그대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겪는 질환을 ‘렘수면행동장애’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렘수면 상태에서는 신체 대부분의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있기 때문에 꿈속의 행동을 현실에 옮기지 못한다. 그러나 정상 상태에서 나타나는 무긴장증이 불완전하게 나타나게 될 시, 꿈의 내용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데, 이를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한다. 다시 말해 수면과 각성 사이 모호한 경계가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렘수면행동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외에도 가끔 현실적인 꿈을 꾼 날, 이것이 실제 내게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 구분 짓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물론 무의식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만약 영화에서처럼 1단계 꿈을 넘어 2단계, 3단계까지 더 깊은 꿈의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면 현실과의 구분 선을 찾지 못해 무한한 무의식에 잠기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영화 인셉션은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친다는 놀라운 발상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특히 말 그대로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차원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과연 코브는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완벽하게 인셉션 작전을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당장 <인셉션>을 보고 그 결말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마르트 로베트. 이재형 역. (2000). <정신분석 혁명: 프로이트의 삶과 저작>. 문예출판사
김인수. (2021). <꿈의 분석>. 정신의학신문.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0701
Erlacher, Daniel. (2014).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syg.2013.01013/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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