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한윤아]

어느 날 혹은 어느 밤, 한 악마가 가장 적적한 고독 속에 잠겨 있는 당신 뒤로 슬그머니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

"네가 현재 살고 있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을 다시 한번, 나아가 수없이 몇 번이고 되살아야 한다. 거기에는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일체의 고통과 기쁨, 일체의 사념과 탄식, 너의 생애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다시 되풀이되어야만 한다. 모든 것이 동일한 순서로 말이다. 이 거미도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달빛도, 지금의 이 순간까지도 그리고 나 자신도. 존재의 영원한 모래시계는 언제까지나 다시 회전하며 그것과 함께 미세한 모래알에 불과한 너 자신 역시 회전할 것이다." 

당신은 좌절하며 그렇게 말한 악마를 저주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신이라 부르며 기뻐할 것인가?

영원회귀: 모든 것이 영원히 되돌아오더라도 그대는 생을 사랑할 것인가

위의 내용은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으로 말 그대로 ‘모든 것은 영원히 되돌아온다’라는 뜻이다. 당신은 위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할 수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모든 것이 영원히 되돌아오더라도 그대는 생을 사랑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뒷걸음질 치면서 다음 생에는 기쁜 일과 행복한 일만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을지도 모른다.

니체는 "이러한 영원회귀 사상이 너를 지배하게 된다면 그것은 현재의 너를 변화 시킬 것이고 아마 분쇄해버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일 하나하나가 행해질 때 "너는 이것이 다시 한번 또는 수없이 계속 반복되기를 원하느냐?"라는 질문은 가장 무거운 무게로 당신의 행위 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아모르파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영원회귀를 긍정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모르파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유명한 트로트 노래로 많이 알려진 단어일 것이다.

'아모르파티'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로,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설명하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용어이다.

amor fati 

트로트 노래인 '아모르파티' 속에는 '인생은 지금이야'라는 소절이 있다. 실제로 니체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을 강조한다. 니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아이와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로 "동물과 어린아이는 아무런 근심 없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자신을 숨기거나 가리려 하지 않는다. 마음은 언제나 지금, 현재의 마음뿐이다. 즉 순간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기에 근심도 권태도 없다."라고 말했다. 즉, 니체는 어린아이가 되라고 말한다.

이렇게 아름답게 드러나는 세계에서 매 순간 충만한 기쁨을 느끼면서 경쾌하게 사는 것, 매 순간 자체가 이미 충만한 의미를 갖고 있기에 그 순간을 즐기면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니체가 말하는 ‘아이의 정신으로 사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설명했던 '영원회귀' 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영원회귀’ 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삶은 동일한 것의 무한한 반복을 이루는데, 이를 통해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긍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모르파티가 요구된다. 즉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운명은 모든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지만, 여기에 묵묵히 순종하는 삶에서는 창조성을 찾아볼 수 없다. 운명의 필연성은 긍정하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이루게 되고, 바로 여기서 창조성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바람에 맞서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연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항상 따뜻한 봄날만 계속되지는 않는다. 거친 바람과 폭우가 몰아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하늘 높이 날기 위해서는 바람이라는 난관을 사랑하고 받아들여서 내 편으로 만드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감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랑할 때 진정으로 완성된 인생을 살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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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남 앞에 나서기 힘든 사람들

출처:

- 박찬국. (2018).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21세기북스

- 박찬국. (2014). 초인수업(나를 넘어 나를 만나다). 21세기북스

- 사이토다카시. (2020). 곁에 두고 읽는 니체.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시라토리 하루히코. (2021). 니체와 함께 산책을. 다산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