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같은 시간, 그리고 다른 시각 -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의 시간조망(Time perspective)
  • 기사등록 2022-12-07 10:53:38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unsplash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하는 것은 시간뿐이다.

가진 것이 달리 아무것도 없는 이에게도 시간은 있다."

(All that really belongs to us is time; even he who has nothing else has that.)



발타사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의 시간에 대한 제언은 시간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또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마 시간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유의미하게 사용하는 일명 '시간 관리' 방법은 늘 우리 모두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어떤' 시간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과거, 현재, 미래'라는 특정 시점들로 분류한 뒤 어떤 시점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지를 물어봤을 때, 어떤 사람은 과거 시점에 대한 가치가 현재 또는 미래에 비해 높을 것이다. 반면 누군가는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행복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간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답은 없다. 각자의 상황마다, 그리고 신념마다 지향하는 바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이러한 시간에 대한 주관적인 개인차들을 '시간조망(Time Perspectiv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즉 시간조망이란 사람이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각각의 시점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나타낸다.



시간조망(Time Perspective)의 5가지 유형



시간조망 유형은 크게 '과거 부정', '과거 긍정', '현재 쾌락', '현재 숙명', '미래 지향'으로 분류된다.


과거부정(Past negative) 시간조망은 과거에 겪었던 사건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반영한다. 만약 과거에 했던 행동을 자주 후회하거나, 과거에 했었던 실수 중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많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과거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시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불쾌한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중립적인 사건을 자신이 부정적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자책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지만, 결정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긍정(Past positive) 시간조망은 과거부정 유형과 달리 과거 회상에 긍정적이다. 과거에 겪었던 일들은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가치가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 시절의 좋은 추억을 쉽게 떠올린다. 이때 안 좋은 일도 스스로 아름답게 재구성하며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과거긍정 시간조망이 높은 사람들은 과거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 전통을 고수하기 때문에 변화에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만약 "내일 시험이 걱정되어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한다면 현재쾌락(Present hedonistic) 시간조망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지금 당장의 기쁨과 즐거움을 즐기지만, 고통을 유발하는 일은 회피하고자 한다. 또한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모험심이 강하다. 하지만 충동성이 높고 앞으로 닥칠 결과에 대해 잘 고려하지 않는 편이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만족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순간의 쾌락과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섣불리 해버리는 경향이 있어 실수가 잦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곤 한다.


현재숙명(Present fatalistic) 시간조망은 세상을 운명론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노력에 따른 성취와 결과보다는 운이나 상황, 그리고 가정 배경 등으로 이미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삶에 대해 비관적이고 체념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노력에 따른 결과에 쉽게 순응한다. 또한 체념과 냉소가 희망을 압도하는 경향이 있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세상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시켜 이들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Future orientation) 시간조망을 가진 사람은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를 우선순위로 둔다. 이 유형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 미래에는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실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의 계획과 보상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미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선택만 하므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만을 지향한다. 미래지향 시간조망이 높은 사람들은 노력에 따른 보상과 결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때로는 계산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시간조망 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모두 동일하게 매일 하루 24시간을 부여받지만 누군가는 과거의 행동을 끊임없이 성찰하거나, 또는 현재에 충실하거나, 아니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섯 가지 시간조망 유형으로 완벽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3가지의 시간조망을 상호보완적으로 갖고 있으며, 그것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하거나 발전한다. 사람의 성격에도 저마다 장단점이 있듯 시간조망 또한 언제 어떻게 표출되는지에 따라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어떤 시간조망 유형을 갖고 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동일하게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우리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 버리는 사람도 있고, 1분 1초가 아쉬워 시간에 쫓기는 사람도 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처럼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보낼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또한 그 결과는 온전히 본인의 몫일 것이다.





지난 기사

"의미없는 대화를 굳이?" vs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냐"

영상 길이만큼 점점 짧아지는 현대인의 집중력

피해자의 '트라우마'로 함께 눈물 흘리는 시청자들

죽음조차 소외된 사람들

진정한 어른이란 스스로를 잘 알고있는 사람이야





참고문헌

이고은, 정명숙, 김비아(2019). 시간조망 편향에 따른 전역우월성 효과 차이 : 미래지향 시간조망과 현재쾌락 시간조망 집단의 비교.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연구. Vol.30, no.2, p.15-34.

이고은. (2019). 마음 실험실. 심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5200
  • 기사등록 2022-12-07 10:53:3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