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The Psychology Times=이유진 ]
넌 마치 운명처럼
함께 있음이 자연스러워
준 적도 없는 내 마음의 조각을
넌 이미 가지고 있어
절망 없는 사랑 있을까
넌 날 어디로 데려가려나
정말 너는 언제까지라도
내 옆에 있어줄 수 있을까
나의 구원자
하늘이 내려주셨나
너를 안고 슬픈 꿈을 꾸었다
너를 본 순간 말없이 알 수 있었다
내 인생을 망칠 구원자란 걸
넌 마치 영화처럼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줘
숨을 쉬는 것도 의미를 부여하게 돼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나를 투영하게 돼
쓸데없이 날 살고 싶게 해
절망 없는 사랑 있을까
넌 날 어디로 데려가려나
정말 너는 언제까지라도
내 옆에 있어줄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가사는 가수 이하이의 곡 중 하나인 <구원자>이다. 곡에서 화자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도와준 '너'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삶에서 역경을 마주할 때 사람은 자연스레 인간, 동물, 종교 등 다양한 존재에 심리적으로 의지하곤 한다. 구원 서사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와 같은 고전 소설에서부터 <아저씨> 등과 같은 현대 영화까지 이어졌다. 이로써 우리는 사회가 긴 시간 무의식적으로 '구조'에 열광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를 향한 관심은 식지 않는다. 누군가를 구원되고 싶은 갈증을, 누군가를 구원하고 싶은 갈증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오늘 기사에서는 그중 '누군가를 구원하고 싶은' 마음을 다뤄보려 한다.
'누군가를 구원하고 싶은' 마음을 생각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필자의 경우 드라마 속에서 바람둥이에 육체적, 심리적 상처를 받고도 사랑으로 품어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이 생각난다. 예시로 <부부의 세계> 속 '민현서'(심은우 배우) 역을 들 수 있다. (해당 사례가 구원 환상의 극단적인 예시라는 점을 참조하면 좋겠다) '민현서'는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연인과 헤어지지 못한다. 나쁜 사람이었지만 그가 너무 나도 불쌍했기에 하나 남은 자신마저 남자친구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구원 심리는 '민현서'와 같이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서 자신이 유일한 구조자가 되고 싶다는 무의식적 생각이 형성되는 심리를 의미한다.
구원(rescue)에 대한 심리학적 언급은 프로이트의 진료에서부터 시작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심하게 앓고 있던 환자는 무너진(fallen) 여성 와의 관계를 통해 그녀를 구원하고 싶다는 환상에 빠져있었다. 프로이트를 이를 구원 환상(rescue fantasy)라고 처음 명명했다. 구원 환상을 겪는 이들은 자신의 지지로 변화하는 상대방을 보며 기쁨을 느끼는 것을 구원적 행동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구원 환상의 깊숙한 이면에는 과대한 이상적 자아상과 자신의 능력을 확인받고자 하는 열등감이 숨겨져 있다. 상대를 도와주고 싶어 시작됐던 일은 점차 '나'의 결정에 초점이 맞춰져 간다. 그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를 내가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선한 이들의 희생과 열정의 원인이 열등감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누군가를 향한 당신의 행동이 너무 지배적이지는 않은지, 누군가에게 너무 과한 집착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에 취해 해로운 관계를 지속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누군가를 이타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나' 없이 행복한 그를 기뻐해 줄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나 덕분에 행복하지?', '나 없으면 안 되겠지?' 등 나 없이는 행복이 없다는 뉘앙스의 말 또한 구원 환상과 연관이 있다.
구원받고 싶은, 구원해 주고 싶은 이 모두 결국 '행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나를 100% 행복하게 만들어 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꿈꾸며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행복의 왕도가 아니다. 결국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의해 정해지는 감정은 본인의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온전한 나만의 행복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순간순간의 행복, 기쁨,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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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재현, 「목회상담에서의 '성숙한 역전이': 구원환상에 대한 상호주관적 이해의 재고」, 목회와 상담 38권 0호, 한국목회상담학회, 163-186(24pages)
이두형, "구원 환상(rescue fantasy), 사랑하는 이의 삶을 구원하고 싶다면-우리는, 서로에게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정신의학신문, 2020. 08. 18,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064
Vaknin, O. and Wiseman, H., 「Rescue fantasies in the personal and professional relational narratives of psychotherapists」, Kibbutzim College of Education, Technology and the Arts and University of Haifa,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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