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The Psychology Times=정수연 ]
기말고사를 모두 치른 뒤, 길었던 이번 학기도 끝이 났다. 한 학기 또는 일 년이 끝나면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곤 한다. 기억 속엔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도 있고, 아쉽고 후회되는 순간도 있다. 올해를 돌아봤을 때, 나를 가장 아쉽게 한 것들은 ‘자신감 없던’ 순간이었다. 대외활동을 지원할 때도, 나를 소개할 때도, 시험을 보거나 발표를 할 때도 항상 위축돼 있던 모습을 후회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나는 잘 못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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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와 자신감
어려운 과제나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내가 자신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자신감을 잃었던 순간은 나를 남과 비교했을 때이다. ‘저 사람은 저렇게 잘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은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기준 삼아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듯 언제 어디서나 나보다 잘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나를 평가하기 위한 척도였던 타인이 내 중심이 되어버린 것을 발견했다. 내가 나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타인도 나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불안함은 곧 나의 능력을 타인에게 설득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졌다. 공부를 조금 했다거나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핑계로 부족한 결과가 내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라는 변명을 만들었다. 또는 ‘나는 원래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정당화하며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자 했다.
자기핸디캡: 나를 지키는 전략?
타인의 기대를 낮추기 위해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심리학에서는 ‘자기 핸디캡’이라고 부른다. 자기 핸디캡이란 어떤 결과로 인해 내가 상처받을 상황을 두려워하고,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좋은 결과를 방해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시험을 보기 전 “나 공부 하나도 안 했어”라고 말하거나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고 노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말과 행동을 통해 시험을 망친 결과는 내 진짜 능력이 아닌,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시험을 잘 친다면, 나는 ‘공부 안 해도 시험 잘 치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 즉, 자기 핸디캡 전략은 결과에 상관없이 나의 가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기 핸디캡 전략은 자기 스스로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내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타인과의 비교로 자신감을 잃은 나와 같은 상황에서 자기 핸디캡 전략이 자주 나타난 이유이다. 자기 핸디캡 전략은 타인에게 나의 수행 결과에 대한 변명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어느 순간 그렇게 믿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다른 요인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믿음은 우리가 성장하지 못하게 막는다. 근본적인 능력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자신감은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자기자비: 나를 지키는 전략!
자기 핸디캡 전략은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자신을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지키는 유용한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성장을 막는다는 한계가 있다. 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궁극적인 해결책이다. 이때 알아야 하는 것이 ‘자기 자비’이다. 자기 자비란 힘든 상황에서 과도한 자기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그럽게 자기를 이해해주는 태도를 의미한다. 자신에게 엄격한 것만이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너그럽게 감싸줄 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다. 실패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더라도 스스로를 너그럽게 받아주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능력을 증진하려는 결심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
타인과의 비교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핸디캡을 사용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고 자기 핸디캡과 자신감 부족에 굴레에 갇히곤 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은 자기 스스로에게 있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자신을 너그러이 봐주는 마음을 가지자. 아픈 채찍보다 따뜻한 위로를 자신에게 건넬 때, 오히려 성장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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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윤기운 & 김인숙 (2018). 운동선수의 완벽주의 성향과 자기핸디캡 전략 간의 관계. 코칭능력개발지, 20(3), 3–14.
-임송이 & 윤영길 (2019). 운동선수의 자기핸디캡 유형과 촉발요인. 스포츠사이언스, 36(2), 29.
-황진 & 최은규 (2010). 자기제시 전략과 승패결과 귀인: 자기고양과 자기핸디캡.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 21(2), 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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