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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전예은 ]



글쓰기를 좋아하며 상담심리사를 꿈꾸는 나에게 심꾸미는 기회로 찾아와주었다. 여전히 뜨거운 여름날 방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을 다해 지원서를 작성했던 날이 생생하다. 간절했던 만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다시금 내가 상담심리사를 하고 싶은 이유를 되새기는, 또 새롭게 이유를 찾는 시간이 되었다, 그 때 여러 대외활동에 합격했는데, 나에겐 이 심꾸미 기자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행복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고, 글을 쓰고 읽으며 심리학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것을 감사한 기회로 여겼다. 


5개월 간, 10건의 기사를 작성해야 했던 과제는 나를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탐구하게 했다. 심리학 기사는 그저 인스타그램에 떠도는 심리학 이슈들로, 유튜브에서 설명하는 MBTI 만화 내용을 바탕으로 결코 작성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이어스의 심리학개론을 읽으며, Dbpia로 논문을 찾아가며 기사를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내려가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 펫로스 증후군과 문학치료에 대해 기사를 작성할 때에는 솔직하게 말하면, 새롭고 참신한 내용이라 생각되어 그 주제를 선정했었다.  다이어트로 인한 섭식장애에 관한 기사를 작성할 때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주제를 선정했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애착유형'에 관한 영상이 뜨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나의 기자로서의 가치관은 변화했다. 애착유형을 통해 나를 알아가면서 나를 알아가는, 남을 알아갈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졌다. 대중성은 사라지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애착유형에 관한 기사를 위해 논문을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기분이 불쾌해졌다. 나의 깊은 속마음을 내 자신에게 들킨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나체를 보인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외면하고 싶었다. 외면하려는 나를 보며 아, 난 영락없는 회피형이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애초부터 실패한 인생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좌절로까지 이어져 심리학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 계속해서 기사를 작성해 나가던 과정에서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새끼를 시청했다. 오은영 박사는 '획득형 안정애착'을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나에게 작은 빛이 내 절망의 틈새로 들어왔다. 그 빛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안정형 애착을 배우며,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라는 기사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심리학을 통해 새 옷을 입어가는 과정을 체험했다. 막연하게 '상담심리사'가 꿈이었던 나는, 심리학 중 어떤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할지를 정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애착에 관한 논문을 읽어가며 좌절과 희망을 연이어 경험한 것은, 나에게 애착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심꾸미는, 나에게 애착을 공부하고 싶도록 만들어주었다.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체를 보는 일'이다. 숨길 수 있는 내면을 깨달아가고 의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때로는 개선의 희망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획득형 안정애착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새 옷을 입을 수 있게 된다. 헐어버리고 상해버린 옷을 벗어 던지고, 단단하고 편안한 옷을 입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이상한 감정을 이상한 행동을 하며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그런 감정 느껴봤어'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의 지원동기에서 여전히 내가 작성해놓고도 오래 기억에 남는 어구다. 심꾸미를 통해, 자신의 이상함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해줄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 심꾸미는 나의 상처를 직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심꾸미는 나에게 회피하지 않고 맞서는 방법을 알려주고 응원해주었다. 비록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도 내가 느꼈던 감동이 동일하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필자는 반려묘를 키운다. 고양이는 귀여운 털뭉치 안에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살아가다가, 화가 나거나 공격하고 싶을 때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다. 그렇게 사람들은 따뜻해 보이는 마음 속 모두들 발톱을 숨기고 살지 않을까.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해서 나에게만 상처가 있고 비정상이라 여기지 말자. 우리 모두가 발톱을 숨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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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18 16: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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