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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당신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는 어떤 목소리의 독백이 이어진다.

'얘는 오늘 만나기로 했으면서 왜 연락을 안 보는 거야? 약속을 했으면 연락을 확인해야 할 것 아니야! 정말 경우 없는 친구군. 이제 다시는 보지 말아야지.'

'혹시 얘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나와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누군가 나에 대해 험담했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어떡하지?'


위의 상황에서 우리는 분노를 느끼다가, 불안을 느낀다. 이처럼 우리는 끊임없는 머릿속의 목소리대로 이리저리 생각의 흐름에 내맡겨져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자려고 누웠을 때 머릿속의 목소리가 시작되었다면 이 때문에 잠자리를 몇 시간이고 뒤척이기도 한다. 


                              *사진 출처: step to health



1. 생각에 묶여서 사는 우리

위의 상황을 이어서 지켜보자. 친구에게서 뒤늦게 이러한 연락이 온다.

‘오늘 아침 어린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어. 병원으로 바로 갔는데 동생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연락할 경황이 없었어. 정말 미안해. 많이 기다렸겠다. 내가 다음에 꼭 밥 살게.’


이러한 연락을 받는다면 즉시 친구가 나를 안 좋게 생각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불안감이나, 친구가 나와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분노는 사그라들 것이다. 대신 즉시 친구의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 친구의 동생을 걱정해주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한순간에 우리의 머릿속에서 몇 시간이고 떠들어대던 ‘그 목소리’의 논리와 근거들은 완전히 힘을 잃고 만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그 목소리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몇천 번이고 다음에 또 그 목소리의 말을 믿을 것이다. 다음에 또 ‘그 목소리’가 어떠한 말들을 머릿속에서 지껄였을 때, 우리는 또 몇 날 며칠을 그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수도 있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



2. 생각의 메커니즘

물론 생각이 우리에게 유용한 때도 많다. 잊고 있었던 중요한 회의 일정을 떠올려 주기도 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 생각들이 아닌 내 감정을 좀먹는 생각들이 계속되다 보면, 우리는 생각에 잠식될 수 있다.


즉, 우리가 ‘주체적으로 옳다고 판단을 내린’ 한 생각은 그 나름의 논리 정연한 이야기들을 더 풀어놓을 수 있다는 허가를 받는다. 이러한 허가 아래 힘을 얻은 생각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궤변을 펼쳐내어 우리로 하여금 사실이 아닌 일을 계속해서 곱씹고,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칠 수도 있다.

때로는 한 가지의 생각이 아닌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서 싸우며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해 우리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조 디스펜자에 따르면 모든 생각은 그에 상응하는 화학 물질을 생산해낸다. 화학 물질은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만들어 내고, 우리는 또 그 감정 상태에 해당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생각에 의한 화학물질, 화학물질에 따른 감정, 감정에 의한 생각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것이다.(조 디스펜자, 2019)


우리가 ‘잡생각’으로 부르는 이러한 반복되는 생각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위에서 제시된 상황에서처럼 친구의 연락이 오면 해결되는 생각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는 생각과 이 생각이 만들어낸 감정들이 몇 년동안 반복되는 경우에는 이것이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질병을 불러오는 것이다.




3. 생각으로부터의 해방

‘생각을 좀 하고 살라’는 말이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생각을 비우고 사는 것이 좋다. 물론 이것은 양식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닌, 머릿속의 잡음을 비워내고 진정으로 ‘깨어있는’ 상태에서 사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생각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못하고 훼방을 놓는다.

누군가에게 간단한 부탁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부탁하면 될 것을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거절한다면 어떡하지? 거절한다면 나는 상처받고 말 거야.’

‘이러한 부탁을 하면 저 사람이 나를 염치없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말을 이어가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들을 탁 끊어내고 ‘거절 당하더라도 뭐 어때’하고 부탁하면 우리는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가끔은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놓여나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명상을 하거나, 자연을 거닐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가려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쉬게 한다면, 분명 이전보다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조 디스펜자. (2019).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 서울: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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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26 18: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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