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영
[The Psychology Times=노신영]
Pixabay우리의 소비습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지출은 아끼면서 고가의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한다. 혹은 저렴한 가격의 물건은 고민도 없이 결제하고는 한다. 그 결과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소비를 하게 된다. 이를 우리는 비합리적인 소비라고 칭한다. 이렇게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Pixabay사소한 지출은 꺼리면서 ‘플렉스’는 과감히
평소에는 지출을 아끼면서 충동적으로 고액의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소비습관은 ‘심리적 회계’와 관련돼 있다. 심리적 회계란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고안한 개념으로 동일한 금액의 돈이 갖는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사람의 성향을 말한다. 즉, 개인마다 돈에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나 점심값의 지출은 최대한 줄이면서 명품가방이나 옷은 과감히 구매하게 되는 상황에 심리적 회계를 적용해 보자. 이는 점심값에 해당하는 ‘일상적인 지출’이란 계정과 명품 소비에 포함되는 ‘유흥’이란 심리적 회계 계정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의 지출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유흥의 계정에서 소비할 때는 지불의 고통을 적게 느끼게 된다.
자극에 무뎌진다는 것
저렴한 물건을 충동구매 하게 되는 것은 베버의 법칙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생리학자인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는 자극과 관련한 이론 ‘베버의 법칙’을 고안했다. 베버의 법칙은 같은 종류의 두 자극을 구별할 수 있는 최소 차이는 자극의 세기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자극이 강할수록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선 변화값이 커야 한다. 이에 따라 처음에 강한 자극을 받은 사람은 그보다 약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진다. 베버는 역도 선수로부터 해당 법칙의 힌트를 얻었다. 예를 들어 50g의 무게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1.5g의 무게를 추가하면 그 사람은 변화를 감지한다. 그러나 100g의 무게를 들고 있는 사람은 1.5g이 추가됐음에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 법칙을 우리의 소비에 적용해 보자. 컴퓨터, 스마트폰과 고가의 물건을 구입한 경우 저렴한 키보드, 이어폰 등은 고민도 없이 구매한다. 그 결과 우리는 작은 지출에는 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컴퓨터,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키보드, 이어폰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고 그 가격에 무감각해진다.
기회비용을 따져보자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선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기회비용이란 포기한 대안들 중 가장 가치가 큰 것을 말한다.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함으로써 나머지 기회들을 포기하게 된다. 기회비용을 돈으로 한정해서 생각해보자. 어떤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면 다른 것에는 지금 당장이든 혹은 나중에 그 돈을 지출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기회비용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소비한다. 따라서 모든 소비를 기회비용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하고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꼼꼼히 따진다면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 지금 물건을 얻는 대가로 내가 희생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과소비를 막는 방어벽 ‘예산안’
Pixabay예산안을 작성하는 것은 과소비를 막아준다. 지출하기 전 필요한 비용을 미리 계산하고 이에 맞는 계획을 세워보자.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대로 예산을 세웠다면 예산대로 지출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출 내역을 토대로 낭비하는 금액을 줄여나갈 수 있다.
자신을 속박해라!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제력이 없으면 우리는 과소비를 하게 된다.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우리의 장기적인 이익에 더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때 ‘율리시스 약정’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율리시스와 사이렌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율리시스는 사이렌의 목소리에 홀릴 것을 예측하고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명령했다. 율리시스 약정은 자기 자신을 결박하는 방법이다. 선불카드를 사용하거나 오직 현금만을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한다. 자신이 합리적인 소비자보다 비합리적인 소비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면 소비습관을 검토해보자. 과소비를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기회비용을 고려하고 예산안을 미리 작성해보자. 사소한 변화로부터 우리의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시작된다.
참고문헌
댄 애리얼. (2018). 부의 감각. 청림출판.
최행진. (2013). 감각 측청에 관한 베버-페히너의 법칙. 전파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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