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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박지나 ]





심리사회이론 성격발달단계의 성인 초기


심리사회이론의 에릭슨은 성격발달단계에서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이 확립된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이 확립됐을 때 발달하는 심리 사회적 능력은 '성실성'이고 청소년기에서 갈등의 위기를 긍정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됐을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


에릭슨이 말하는 청소년기의 성실성은 단순히 성실하게 공부하고 학교 다니는 정도의 성실성이 아닌 정체감을 확립하는 데 대한 성실성을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 등. 자신의 정체감을 확립하는 성실성이 발달된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자신을 알아가고자 했던 성실성은 타인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데 성실성을 발휘하며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고 조화시키려고 한다.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연결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사회적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고, 자신의 성장 범위 안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가 개인의 폭넓은 관계로 넓어지게 된다.



에릭슨은 각 생애 단계는 이전 단계의 발달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 확립이 긍정적으로 발달된 청소년들은 성인 초기가 됐을 때 사회적 친밀감을 어렵지 않게 형성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아정체감 확립에서 혼란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체감의 불확실성을 가진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건강한 사회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대학교 졸업 후 내가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당시 드라마에서 호텔, 관광, 카지노에 관련된 드라마가 많이 나오던 때라 관광사업의 부흥기여서 여행사에 입사를 하는 게 직업적으로도 괜찮아 보였다. 영어도 적당히 하고 각 국의 여행지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다. 직업적으로 여행사를 다니면 괜찮을 것 같아서 인턴으로 입사를 했다. 20대 초반의 나는 여행사와 관광업에 큰 뜻이 있거나 꿈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이 확립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초반의 나는 나와 타인에 대한 정체성을 연결하기는커녕, 청소년기에 했어야 했던 ‘난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 확립이 되기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했을 때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다는 내가 이딴 일하려고 그 고생을 하면서 공부하고 유학 다녀왔나 회의감이 수없이 올라왔다. 하지만 뭐가 좋고, 뭐가 싫은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이런 것들이 싫었다. 그 애매모호함은 더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당연히 그 감정은 표정, 행동, 말투에서 드러났을 것이다. 


의욕도 의지도 없이 불평, 불만 가득한 인턴은 정식 직원이 되기 어렵다. 아쉬울 것도 없이 당연하게 나는 정식 직원이 되지 못했고 해고 통보를 받고 6시에 땡 하고 짐 싸서 웃으며 나왔던 기억이 난다.



“잘 있어라 이 거지 같은 미친 회사야”


아마도 회사가 거지 같고 상사들이 미친 곳이 아니라 제때 혼란의 갈등을 이겨내지 못한 내가 섣불리 사회에 나와서 경험하는 혼란들을 견디는 것이 힘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나는 누구며,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이런 것들을 해야 하는지 불만의 고민을 하기 전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청소년기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청소년기 당시의 내 치열함은 모양과 방향이 조금 달랐었나 보다.






자라지 못하는 ‘요즘 애들’


에릭슨의 성격발달단계에서 말하는 성인은 청소년기 자아정체감을 확립해서 성실하게 노력한 뒤 사회에 나와서 그 성실성을 발휘하며 동시에 사회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사람이다. ‘나’를 향해 있던 눈을 타인과 사회로 넓히고 그 안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자아정체감이 적절한 단계에 확립되지 못한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어 사회관계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씨름을 한다. 나를 온전히 이해한 다음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를 이해해야 하는데 뒤죽박죽 섞여서 내가 나인지, 타인이 나인지, 세상이 나인지 그 혼란을 온몸과 마음으로 겪어야 하는 상태에 있다.


발달 과정에서 단계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성인은 착취적이고, 무책임한 사랑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한 결과는 요즘 뉴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 건강하게 연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 건강하게 이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에릭슨은 성인 초기의 친밀감과 고립감의 위기에서 갈등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고, 그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의 자아정체감 확립이 필요했다고 바라본다.


인간을 이론의 단계로만 바라보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관계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정체감 확립이 어렵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에 발달단계의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우리는 이제 미성숙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 또한 아니다. 내가 지금 어떤 단계에 있고 내 지난 과정에서 내가 놓친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바라보고 알아줄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늦게나마 그 단계의 과정들을 건강하게 지나올 수 있다.



1. 내가 지나치고 놓친 단계의 과제는 무엇인지?

2. 현재 내가 머물러 있는 단계는 어떤 단계인지?

3. 내가 원하는 내 다음 단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내가 되기 위해서 나를 한 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청소년기가 훨씬 지나 청년기를 벗어나 중년을 앞둔 시점에 내 정체감이 확립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제 때에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수백 가지가 있다. 제 때가 아니어도 성장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수천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의 이유를 시작으로 미해결된 과제를 달성하고 단계를 해결해 나간다면 우리는 보다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 여러분은 전 생애 삶의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가고 싶은 시간이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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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17 08: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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