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빈
[The Psychology Times=전다빈 ]
우리 주변에는 심리치료가 만연해있다. 심리치료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를 이용하여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 방법도, 종류도 천차만별일 정도로 다양하다. 이 말인즉슨 그만큼 사람들이 몸 뿐만 아니라 정신 혹은 마음이 아프거나 병들 때 심리치료를 자주 접한다는 것인데, 이 중에서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심리치료는 몇이나 될까? 필자는 이런 점에 호기심을 가지고 근거에 기반한 심리치료, 즉 '근거기반 심리치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근거기반 심리치료란 근거기반의학에서 나온 용어이다. 다양한 치료들이 나오면서 그 치료들의 효능과 효과를 검증할 필요성이 생기고 이와 더불어 어느 정도 검증된 치료를 권장하는 사회적 요구가 있게 되면서 그 영향이 심리치료까지 퍼진 것이다. 근거기반 심리치료의 종류는 고전적 인지행동치료, 변증법적 행동치료, 수용 전념 치료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필자는 이를 다 포괄하는 개념인 '인지행동치료'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인지행동치료는 개인의 인지적 왜곡을 수정하여 사회적 부적응 문제를 완화하고, 긍정적 감정을 촉진시키는 활동을 촉구하며 부정적인 생활 사건을 보다 잘 관리하기 위한 대처 전략을 증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심리치료 기법이다. 다른 치료기법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의 연구를 가지고 있는 인지행동치료는 아동, 청소년 우울증에 있어서 근거가 가장 잘 확립된 치료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치료 과정에서 내담자의 자동적 사고뿐만 아니라 내재된 가정과 규칙 및 핵심 믿음을 다룬다.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가지는 자동적 사고의 내용은 대부분 비현실적으로 왜곡되어 있거나 과장되어 있기에 이들은 왜곡할 때도 주변 상황과 사건을 체계적인 접근으로 왜곡하여 해석하곤 한다.
내재된 가정과 규칙은 "절대로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라는 믿음처럼 사람들에게 행동의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따라야 할 법칙을 만들게 한다. 내재된 가정과 규칙에 의하여 기준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규칙이 깨지면 문제가 조금씩 나타나고,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결국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핵심 믿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핵심 믿음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렇게 밑바닥에서부터 내가 믿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 생기기 전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핵심 믿음이 작동하면서 이를 확인 및 확증시켜주는 정보는 수용하거나 반대, 거부하는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처리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자동적인 사고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보다 합리적인 사고로 변화시키면, 내담자가 주로 보이는 인지적 오류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역기능적인 가정이 어떤 것인지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인지행동치료의 동향을 살펴보면 최근 인지행동치료 접근은 맥락과 상황을 강조하며, 정서나 인지의 직접적인 변화보다도 경험을 통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 현대사회와 밀접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인지행동치료는 여느 치료와는 다르다. 요즘의 MBTI 검사나 각종 SNS에서 유행하는 심리검사는 잠시 접어두고, 나를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근거기반 심리치료에 대해 생각해보고, 호기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는,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지금.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찾는 것은 순전히 각자의 몫이 되었다. 근거에 기반한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를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참고 문헌
한국심리학회 "Evidence-based psychotherapies for children and adolescents" p. 590-592.
윤가현 외 14명, 심리학의 이해 (5판), 학지사(2020) p. 415, 41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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