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The Psychology Times=정세영 ]
출처: stocksnap
“왜 나만 덕선이야! 언니는 보라고, 얘는 노을인데 왜 나만 성덕선이야!”
해당 대사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성덕선의 외침이다. 극 중 성덕선은 삼 남매 중 둘째로 양보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서운함을 참는 것이 익숙한 인물로 표현된다. 따라서 성덕선을 통해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심리 요소를 분석해보려 한다.
‘착한 아이 증후군’
‘착한 아이 증후군’이란 타인에게 착하다는 소리를 듣고자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는 것으로, 이는 가족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수행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 나가려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가족 사이에서 숙련된 경험은 사회생활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에게 너무 의존하거나, 부모의 언행 및 행동에 대한 상처를 받았을 때 이러한 욕구는 과하게 변형되어 착한 아이 증후군의 모습을 띠게 된다. 이 증후군은 부모가 착하다고 하는 것이 애정 표현이라고 여기게 하고, 이 말을 듣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행동만 하게 만든다. 살아가면서 부모에게 동의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나 이 증후군은 사람들이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고, 부모의 판단하에 ‘칭찬받을 일’만 하게 하므로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사회에서 자아가 없이 성장하게 한다.
‘착한 아이 성덕선’
성덕선에게서도 이러한 착한 아이 증후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계란후라이를 동생에게 주는 대신 콩자반을 먹고, 닭 다리를 별말 없이 양보하며 온전한 주인공이어야 하는 생일에도 마치 세트처럼 생일 축하를 같이 해온 성덕선은 부모님에게 불평 하나 없는 착한 딸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성덕선은 왜 이런 딸이 되길 선택한 것일까. 서울대에 진학할 만큼 공부를 잘하는 언니와 남아선호사상이 남아 있던 시대에서의 남동생 사이에서 성덕선이 터득한 사랑 받는 방법은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 되는 것’이었다. 부모로부터 착하다는 말을 들으며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 성덕선은 늘 원하거나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양보하며, 서운함을 티 내지 않고, 부모님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딸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게 된 것이다.
‘착한 아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출처: stocksnap
결국, 성덕선은 본인의 서러움을 눈물과 함께 토해낸다. 자신도 계란후라이를 좋아하며, 닭 다리는 자신을 위해 친구 아버지가 사준 것이었고, 언니와 동생의 이름과 달리 촌스러운 이름이 싫으며, 생일은 혼자 축하받고 싶다고 토로한다. 이 부분은 착해서 괜찮을 거라 넘겨짚었던 딸의 속상한 마음을 부모가 뒤늦게 알아챈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늘 착함의 중요성을 배우며 사는 것처럼 성덕선과 같이 착하게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극 중에서도 성덕선이 결국 서러움을 토로하게 된 것처럼, 항상 착하게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끔은 서러움을 토해도, 나를 위해 욕심을 부려도, 목소리를 크게 내도 괜찮다. 이는 절대 이기적인 것이 아니며, 나를 챙기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자료
가토 다이조. (2012). 착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 고양:푸른육아.
원영재. (2010). 한국교회 봉사자의 심리ㆍ정서적 경험에 나타난 '착한아이 콤플렉스' 연구. 복음과 실천신학, 21, 22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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