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빈
[The Psychology Times=이예빈 ]
" 난 몹시 예민해요, 얄미운 스물셋.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사실은 때려치우고 싶어요. "
-아이유 스물셋-
아이유의 스물셋 가사 중 일부를 인용했다. 가사에서는 스물셋의 고충을 나타내고 있다. 몹시 예민하다거나, 영원한 아이로 남고 싶다며 투정을 부리는 듯하다. 스물셋이면 어리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새내기 취급을 받는 스무 살, 스물한 살 만큼은 아니다. 어엿한 성인이다. 후배의 위치보다는 선배의 위치에 선 이들이 많다. 이십 대 초반이라고 하기엔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다. 애매하다. 이십 대 중반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있다.
중2병에 걸려 세상을 패기롭게 거느리던 우리는 왜 이렇게 움츠리게 된 것일까?
같은 동년배로서 질문을 던져본다. 사회는 중2 병과 달리 대 2병에 대해서 그리 너그럽지 못한 인식을 갖고 있다. 대학생들은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른이다. 어른은 자신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혼란을 겪는 스물셋의 대 2병. 필자는 이를 심리학과 연결하여 약간의 심심한 위로와 해답을 제공하고자 한다. 심리학이 정답을 줄 순 없지만 당신을 불안하게 하는 장애물들을 넘게 해 줄 수는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
대2병? 중2병과 같은 건가요?
다르다. 엄연히 다른 개념에 속한다. 중2병이라 하면 흔히 반항, 허세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연세대학교 권순영 심리학 교수는 '중2병은 부모에게서부터 심리적 독립을 나타내는 행위로, 심리적 독립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의 모멸감을 표출하는 행위'라고 일컫는다. 즉 경제적 독립과는 별개로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거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자신의 자아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근거없이 솟구치곤 하며 자신을 표출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대 2병은 이와 상반된다. 대 2병은 대학교 2학년 시기 즈음에 전공이나 미래에 회의감을 갖고 우울과 허무감에 빠지는 현상이다. 특징은 우울감과 무기력증으로 자신감이 결여된다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했으나 해답을 얻지 못하고 방황을 겪는 시기이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입시에서의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다가 2학년이 되면 심화된 전공 공부를 마주한다. 해당 전공 공부가 자신의 진로와 진정 맞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바로 여기서 그동안 느끼지 못한 어른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깨달음을 얻는 시기, 그것이 대 2병의 시작이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는 신조어로 중2병만큼이나 흔히 쓰이고 있다. 오죽하면 20대의 사춘기라고 할 만큼 흔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중2때와는 다르게 뭐든 할 수 없을 것 같은 증상. 모순적이지만 이것이 우리의 실체이니 부정할 필요는 없다.
나도 대2병은 아닐까?
2017년 방송된 스페셜 '대 2병, 학교를 묻다'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문대생 66%가 대 2병을 앓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 2병은 명문대와 지방대 등 학벌에 상관없이 흔히 발발한다. 새내기를 벗어나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당신,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한 번쯤 점검해 볼 것을 추천한다. 자신도 모르게 겪고 있는 무기력증과 이유 모를 우울감의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면 금방 나아질 수 있다. 회복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5개나 해당된다. 체크리스트에서 4개 이상 해당된다면 '대 2병'에 겪고 있을 확률이 높다.
출처 : 한국경제매거진&캠퍼스 집앤조이
대2병 극복 방법, 시간이 과연 답일까?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필자의 지인, 대 2병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과 대 2병을 겪었던 직장인들을 인터뷰했다. 다음의 인터뷰들이 조금이나마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현재 중앙대학교 철학과 22학번 학생 대표를 맡고 있는 박규남 (23) 씨는 대 2병 체크리스트에 4개나 해당된다고 밝혔다. 삼수에 걸쳐 명문대를 진학한 박 씨는 현재 철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전공에 대한 확신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복수 전공이나 다전공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재 공인 영어 자격증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할 것이라고.
또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대외활동과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르바이트가 근본적으로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체력은 비단 정의 그대로 신체의 체력이 아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의미하는 체력이다. 전공 공부를 할 시간도 모자란 그에게 아르바이트는 너무나 강력하게 대 2병을 유발하는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 부학생회장을 맡았던 정은주 (23) 씨도 대 2병 체크리스트에 4개나 해당됐다. 그녀는 대 2병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끝없이 도전하고 무너지는 게 정답이라고 신념을 밝혔다. 정은주 씨는 10대 시절부터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자신이 대학 진학 후에도 진로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재 단순히 취업 말고 자신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찾아가기 위해 막학기를 앞둔 시기에 휴학을 선택했다. 그녀는 휴학을 통해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희망하는 직무에서 조금씩 일도 해보며, 자신을 찾아가는 효율적인 과정으로 쓰이길 기대하고 있다. 대 2병이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길 누구보다 희망하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공기업에 재직 중인 최승대 (26) 씨도 대학생 시절에 대 2병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한 시점에 흔히 '현타’ 라고 일컫는 감정들을 맨날 느끼며 대 2병을 지독하게 겪었다. 취업 카페를 보면서 현재의 대 2병 보다 나중에 취준생 시절 때가 더 힘들 것이라며 자신을 위로했다고 전한다. 또한 뉴스 기사를 찾아보면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자각을 했다. 자신뿐 아니라 누구나 대 2병을 겪고 있기에 자신의 무기력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대 2병 시기를 지나 안정적인 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대 2병,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라니!
사람들은 보통 열등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기피한다. 무기력함, 불안감, 회의감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의 삶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의 성장통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열등감과 같은 감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성장한다"라고 일컫는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결핍을 솔직하게 수용해야 한다. 즉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다는 건강한 신호라는 것이다. 아들러는 부정적인 감정을 '좋지 않은 감정'이 아닌 '또 다른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대 2병에 걸린 우리의 감정들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열등감, 불안감, 무기력함, 회의감, 낮은 자존감 등 부정적인 감정들은 또 다른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감정이다. 우리가 10대 시절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하고도 견딜 수 없이 숨차고 목마른 이유는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서이다. 중2때는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려 애를 쓰고 인정 받고 싶어 반항을 했다.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은 방문을 세게 닫고 들어가는 정도긴 하다. 대2때는 나라는 사람을 증명받기 위하여 여러 자격증을 도전해보고 인턴도 지원해본다. 중2때와 비교하면 조금 더 큰 세상밖으로 나온 것이다. 실패하면 스스로가 무능력하게 느껴진다. 우린 그렇게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를 쓴다. 그저 우리 존재 자체만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도 감히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은 각박한 것이 사실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불안은 이상한 감정이 아니라 당연한 감정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불안 이 "정서적 고뇌의 한 형태"라고 말한다. 불안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따라서 우리는 불안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아 있고, 자신의 삶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불안하다. 사랑하는 것들을 잃을까 봐 불안하다. 불안 때문에 더욱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삶을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기에 어떤 것이라도 불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을 베푸는 나 자신과 서로가 되길 바란다. 필자도 대 2병을 지독하게 앓고 있기에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을 베풀 생각이다. 그렇게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길.
참고문헌
송지은.오늘도 예민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2018, 사우.
스페셜 '대 2병, 학교를 묻다' https://programs.sbs.co.kr/culture/sbsspecial/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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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심꾸미 7기로 활동하고 있는 이예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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