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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밥 한번 먹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에 담긴 한국인의 심리
  • 기사등록 2023-02-25 22: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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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은세 ]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위인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한 번쯤은 했던 말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 밥을 먹자는 말일까? 과연 밥을 먹기는 하는 걸까? 진심이 담긴 말인 경우도 있지만, 상황과 맥락을 고려한다면 이는 아마 대부분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이런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먹지도 않을 밥, 왜 먹자고 하는걸까?


한국인의 이런 언어습관은 우리나라가 고맥락 문화권에 속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고맥락 문화’란 의사소통 과정에서 상황과 맥락 등을 언어 표현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를 의미한다. 이는 주로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집단주의가 발전한 동양권에서 나타난다. 고맥락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사회 구성원 간 다양한 문화 맥락을 공유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명시적인 의사소통보다는 의미가 내포된 암묵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즉,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고맥락 문화권인 한국에서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인사말로 통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과 어조에 따라 진짜 밥을 먹자는 의미일 수도, 혹은 친근함을 담은 인사 표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저맥락 문화’란 상황이나 맥락 등의 비언어적 정보보다는 언어적 정보에 자체에 집중해 자기 생각을 직설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저맥락 문화는 주로 유목 사회나 다인종 국가에서 나타나며, 다양한 인종과 국적이 융합된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본인의 생각과 입장을 보다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개인주의로 인해 집단 구성원 간 공유하는 문화 맥락이 상대적으로 적은 문화권에서 발전한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당신에게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말했다면 당신은 그 사람과 정말 밥을 먹게 될 것이다.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는 주어 탈락 현상이 있다. 한국에서는 주어 탈락을 문법적으로 허용하는 데, 이는 청자가 맥락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는 암묵적 의사소통이 익숙한 고맥락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반면에 영어에서는 I, You, He, She 등의 주어가 문장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고맥락과 저맥락 문화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이 사회적, 물리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인 사고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고맥락 문화는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전체와 분리해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 여기는 ‘종합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반면, 저맥락 문화는 세상은 서로 분리된 독립적인 개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여기는 ‘분석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종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차이가 언어 표현뿐만 아니라 주의, 귀인, 추론 양식 등의 다양한 심리적 영역에서 근본적인 문화 차를 보여주는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는 종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에서 기인한 다양한 문화 차의 예시를 보여줌과 함께 사고의 차이가 동양과 서양의 자연환경, 경제 수단, 사회구조 등에서 유래된다는 흥미롭고 신뢰도 높은 설명을 제시한다. 이처럼 종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는 고맥락, 저맥락 문화차를 유발하는 원인일 뿐만 아니라 비교 문화 연구 내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론적 기반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유연한 소통의 귀재


한편,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 어떤 것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저맥락 문화 내에서도 가족 관계와 같은 가까운 사이에서는 경우에 따라 고맥락적으로 소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종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차이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우리는 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겸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맥락적 소통과 저맥락적 소통 둘 다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에너지는 줄이면서 자신의 의사를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 리처드 니스벳. (2004). 생각의 지도(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김영사
  • - 스브스뉴스. (2018). "밥 한번 먹자"의 진짜 의미 (https://youtu.be/RJDS2JAtt_A)
  • - 최지지. (2014). 한국 언어문화의 고맥락 문화적 특성 연구(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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