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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양다연 ]


출처:pixabay(https://pixabay.com/illustrations/fairy-tale-night-music-fish-sky-1180921/)

꿈을 좋아하는 사람이 꿈을 많이 꾸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꿈'에 관해 남들이 꼭 걸고 넘어가는 수면의 질이며 흉몽이며 꿈보다 해몽이며 하는 말들은 신경쓸 것이 못 된다. 보통 꿈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싫어할 이유를 생각해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꿈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꿈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를 보다가 억만장자들의 하루 일과에 '일어나자마자 그날 꾼 꿈을 메모하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친구에게 이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이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나 성공한 여자가 되고자 일어나자마자 꿈일기 쓰는 습관을 들였거든?!’

‘근데 나 매일 꿈 꾸더라??’

‘원래는 자각을 못 했는데 기억하려고 하니까 매일 꿈 꾼다는 것을 알게돼쏘’


억만장자의 일과를 알기 전부터 꿈의 내용을 적곤 했던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평소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 엎드려 꿈의 내용을 적는데, 글로 표현이 안 되면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이 안 되면 구구절절 그 내용을 설명할 정도로 이 일에 진심이다. 꿈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으면 메모를 하던 중에 다시 잠에 들려고까지 하는 굉장한 노력파다!


이처럼 대부분은 꿈에 관심이 없지만, 동시에 꿈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2020년 7월 출간 이후 3주 동안이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그 증거라고 생각한다. 첫 출간 1년 이후 나온 두 번째 책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 2’까지 호평을 받았으니, 독자들이 꿈 백화점 시리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첫 책의 출간 이후 2년이 넘게 지난 2022년 겨울에 이 책을 처음 읽어봤다. 첫 인상은 한국의 해리포터같은 느낌이었다. 꿈에 관해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아니지만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수채화 같이 흐릿하던 꿈이라는 이미지에 검은 매직으로 선명한 윤곽선을 그린 듯한 느낌이었다. ‘물건을 날게 하는 마법’이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는 열 글자의 주문으로 제 이름을 갖게 된 것처럼, '내가 오늘 꾼 꿈'은 ‘자는 동안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구매한 상품’이 되어 있었다. 많은 성인 독자들이 책을 읽고 힐링이 되었다는 후기를 남긴 이유가 납득되었다. 오늘 밤에 꿈을 꾸기를 원하게 만드는 책이 현실에 치이는 사람들에게는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게다가 이 책은 내가 오늘 꾼 꿈의 이유까지 설명해준다. ‘당신이 그런 꿈을 꾸는 이유는 그것이 당신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보고싶다는 꿈이 오늘 밤 나의 꿈에 그 사람이 나온 이유인 것이다. 이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분명히 좋아할 만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2학년 2학기에 교내 단과대의 북클럽에 참여했다. 교수님과 학생들과 책을 읽으며 토론을 하고 서평도 쓰는 활동이었는데 우리팀은 프로이트의 고전을 읽었다.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예술, 문학, 정신분석>, <꿈의 해석>을 읽고 그 내용에 관해 토론했다. (토론 전에 있는 교수님의 책 내용 설명 시간이 거의 전부긴 했지만…) 꿈에 관심이 많은 사람답게 내가 이해하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책은 <꿈의 해석>이었다. 절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덮어야만 했던 책에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꿈은 ‘잘 때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내일이면 그 내용을 잊어버려도 되는 영화' 그 이상의 것이라는 내용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꿈을 통해 인간 내면에 깔린 진심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잠에 든 무의식 상태의 손님들이 바글대는 장소이고 그들이 사가는 꿈 또한 무의식 중의 소비이니 프로이트가 공감할 내용이 아닌가! 현실에서는 신경 쓰지 않거나, 믿지 않거나, 의심한 일들이 나의 무의식 속에서는 그 어떤 주제보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대게 꿈이 깊은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좋은 게 아니라고 말한다. 미신이긴 하지만 좋았던 꿈의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나 아침부터 꿈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길가에 떨어진 돈은 나쁜 꿈을 꾼 사람이 그 꿈을 팔기 위해 일부러 떨어뜨려 놓은 것일 수도 있으니 줍지 말라는 이야기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꿈을 좋아하고 꿈을 많이 꾸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만큼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의 무의식은 차마 의식이 되지 못해 무의식인 것일 수도 있다. 누구나 말하기 부끄럽고 말할 용기가 없는 이야기를 적어도 한 개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생각들은 점차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언제 있었냐는 듯 우리의 생각에서 없어지겠지만, 꿈에서만큼은 이런 생각들을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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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27 07: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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