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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현동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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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에서 위기에 빠진 주인공 남녀가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더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뜬금없이 진한 키스를 하는 장면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솔로들로부터 원성을 자아내며 맥락 없어 보이는 이러한 장면들은 흔히 말하는 ‘억지 멜로’가 아니라 사실 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1. 다리가 흔들흔들, 내 마음도 흔들흔들

실제로 1974년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교 아서 애론(Arthur Aron)과 도널드 더튼(Donald Dutton)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캐필라노 강에 있는 흔들다리에서 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의 내용은 조사원이 이성을 대상으로 몇 가지 설문을 진행하고 자신의 연락처를 대상자들에게 알려주었는데 18명 중, 절반의 인원이 조사원에게 연락했고 위험지역이 아닌 장소에서 연락처를 받은 대상자들은 16명 중 단 2명만이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흔들다리 효과’인데, 위기 상황을 함께 보내고 견딘 사람이나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이다. 흔들다리 위의 대상자들은 조사원이 정말로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 아니라 아찔한 높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 흔들다리 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렇게 보인 것이 된다. 

 

꼭 흔들다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애인이나 ‘썸남, 썸녀’와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귀신의 집 체험, 공포영화 관람 등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사랑의 기류가 생겨나는 것도 이 흔들다리 효과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거 사랑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우리 인간은 위험한 상황이나 환경에 놓이게 되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것은 호흡을 가쁘게 하고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든다. 이는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긴장 상태에서도 똑같이 분비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적인 흥분상태로 호르몬이 분비되어 느끼는 신체적 현상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혼동하게 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실험 결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우리 신체의 교감신경계가 중추신경계를 속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인데 학계에서는 이를 ‘흥분-전이 과정’이라고 칭한다.

 

더해 인간은 재난 상황이 발생 시, 낯선 사람과도 유대감을 형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사례로 2005년 영국 런던 폭탄 테러 당시 생존자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들은 같이 도망쳤던 낯선 타인들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그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계속 살폈으며 넘어져 대피하지 못하고 있는 인원들을 일으켜 주는 등의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군인들이 죽음의 환경에 놓여있는 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유대감을 쌓는 ‘전우애’와 유사한 감정의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이 과정에서 유대감을 느끼며 정서적으로 교감을 해 대상을 우호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인간은 환경에 따라 모호하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형태가 나타난다. 재난과 위기 상황과 같은 순간에 자신만의 안위를 챙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들은 우리 인류사회가 생래적으로 공존하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집단임을 보여주는 지표일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애인이나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은 대상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흔들다리와 같이 스릴 넘치고 심장을 쿵쾅거리게 할 수 있는 장소나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흔들다리 효과 이론은 상황에 무조건 적용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 효과를 바탕으로 사랑이 싹트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원래 그 관계가 서로 호감이 전제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쉽게 말해서 이미 호감이 있는 상태거나 충분히 호감이 생길 만큼 매력적인 대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흔들다리든 외나무다리든, 결국 될 사람은 되고 안될 사람은 안된다. 흔들다리에 가서 오금만 저릴 것인지, 이성의 마음을 흔들 것인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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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차이위저. (2019).  써먹는 심리기술.  서울:유노북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죽음의 문턱에서도 인간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네이버 뉴스]. (2021).

URL: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584/0000016638?cid=1077376

Through the Lens of Excitation Transfer Theory, Love is an Oddity. [humansexuality medium]. (2020). 

URL: https://humansexuality.medium.com/through-the-lens-of-excitation-transfer-theory-love-is-an-oddity-77ea06bef2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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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8 21: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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