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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시연 ]


몇 년 전부터 한국 연예계에서 잊을 만하면 계속해서 화제가 되는 이슈가 있다. 바로, ‘학교폭력’이다. 특히 작년 말,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던 드라마 ‘더 글로리’ 역시, 학교폭력 가해자의 복수극을 주요 서사로 담아 많은 화제가 되었다. 


특히나 학교폭력 이슈가 큰 파장을 일으키는 분야는 아이돌이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밝혀진 아이돌들은 대부분 팀에서 탈퇴를 선택하고, 자취를 감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도덕적 관점에서 벗어나, 단순히 들었던 궁금증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사를 읽는 누군가는 말도 안되는 소릴 한다며 비판할 수 있겠으나, 앞에서도 언급했듯 가해자를 옹호하기 위함이 아닌, ‘도덕적 관점에서 벗어난’ 궁금증임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



| 학폭 가해자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면 안되는 걸까?

내가 가장 궁금증이 생겼던 부분이다. 물론, 현재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들을 지켜보면 가해 사실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에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혹 누군가는, 학폭위의 처벌을 모두 받은 뒤에 사회로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예 활동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의 여론으로 인해 결국 활동을 중단하고 만다.


사실 범죄자의 처벌에 대해, 아직도 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타인이, 사회가 피해를 봤다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누구나 동의할 내용이다. 그러나 그가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그 꼬리표를 계속 달고 살아야 하는가?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미 ‘죗값’을 치뤘기 때문에 그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빼앗을 권리도 누구에게도 없다. 연예인도 마찬가지이다. 대중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만 다를 뿐, 연예인 역시 그들에게는 생계를 위한, 경제 활동을 위한 직업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요구한 징계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면, 그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문제없이 살아갈 권리는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재 처벌이 과연 진정한 죗값인지에 대한 의견 역시 분분한 것은 사실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통해서도 화제가 되었듯, 촉법소년 문제 역시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그들이 교화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나이로 형벌이 가벼워진다는 점을 역이용해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인권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의 처벌은, 누군가에게 진정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는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



| 학폭 가해자가 미디어에 노출되면 안되는 걸까?

학폭 가해 연예인이 대중에게 더욱 비난받는 이유는, 그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범죄 사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얼굴을 비추게 되면, 사회적으로 악영향이라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우상처럼 여겨지는 케이팝 아이돌의 경우, 학폭 사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갔을 때, ‘범죄가 있어도 저런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고정되면 범죄 가해 사실을 가벼이 여길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크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피해자에게는 그 자체만으로 고통일 수 있으며, 늦게라도 사과를 받고자 학폭 가해 사실을 폭로할 경우 이미 형성된 팬덤으로부터의 2차 가해도 배제할 순 없다.



| 부정적인 콘텐츠는 소비자의 정서에 영향을 줄까?

피해자와 가해자의 개인적 문제에서 벗어나, 이 문제를 연예인과 대중의 문제에서 바라보도록 해보자. 사실 연예인은 공인의 영역에 포함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저 ‘유명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특정 직업군이 가진 영향력을 중점적으로 보았을 때, 학폭 가해 사실이 알려진 연예인이 출연하는 방송은 이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에게 안 좋은 걸까?


미디어의 소비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항상 청소년 소비자이다. 성인 소비자에 비해, 아직 사회에 대한 인식, 스스로의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모든 내용이 그의 삶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게임, 정치 관련 가짜뉴스 등이 더욱 큰 문제로 이슈가 되는 것 역시,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콘텐츠의 예시로 폭력성을 지닌 게임 콘텐츠의 영향을 알아보자. 2015년 한국게임학회 논문지를 통해 발행된 논문 ‘게임 이용시간과 개인 내적 요인 그리고 게임의 폭력성 유무가 청소년의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타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적 게임 콘텐츠는 실제 청소년 이용자의 도덕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게임 세계에서 일어나는 비도덕적 행위와 실제 세계에서의 분리가 다르게 인식되었다는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충분히 청소년 소비자들도 콘텐츠를 그 자체로만 바라볼 수 있으며, 부정적 콘텐츠로 인해 도덕적 사고가 약화되고, 이것이 실생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도덕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글을 썼지만, 사실 이 사회에서 타인을 바라볼 때 도덕적 관점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사회는 죄책감 없이 이기적인 행동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당연히 옳지 못하다. 또한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던 가해자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모습은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 역시 분명하다. 그것은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어떤 범죄에서든 마찬가지이다. 


학교폭력을 포함해 어떤 범죄든, 그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잠깐의 자숙을 거쳐 아무렇지 않게 복귀하는 연예인들의 관습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의 이슈 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다중인격이라는 자신의 인격장애를 소재로 책을 쓴 빌리 밀리건,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며 드라마 판권을 통해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인 애나 소르킨까지. 피해자가 아닌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직 이 사회에는 교화의 진정성이 의심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일부 가해자들로 인해 누군가는 교화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 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범죄를 한 순간의 실수로 치부하긴 힘들지만, 자신의 행동에 따른 죗값이 충분히 치뤄졌다면 다시 남들과 같은 시작점에 설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가해자의 진정한 뉘우침.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그들을 바라보는 제3자인 우리에게도 가장 크고 어려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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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및 문헌

- 이승제 이대영 정의준. "게임 이용시간과 개인 내적 요인 그리고 게임의 폭력성 유무가 청소년의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15.6 (2015): 55-64.

- Oxford internet institute University of oxford. (2019). Violent Video Games Found Not to Be Associated with Adolescent Aggression. Royal Society Open Science. https://www.ox.ac.uk/news/2019-02-13-violent-video-games-found-not-be-associated-adolescent-ag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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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17 20: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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