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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우가현 ]



‘블랙 미러 시즌 4’의 ‘아크엔젤’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스포일러 주의)

본 영화는 더욱 발전된 미래의 있을 법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아크엔젤은 아이의 뇌 속에 칩을 심어서 위치, 건강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일명 아이 보호 장치이다. 이 장치는 아이가 보는 시야를 그대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에 노출될 경우, 아이의 시야를 모자이크 처리하여 가려버릴 수 있다. 주인공 마리는 딸 세라의 뇌 속에 아크엔젤을 심어 '보호’라는 명목하에 세라를 키웠다. 하지만 자동 필터링 기능 탓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지 못하게 된 세라는 결국 또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피를 보지 못하는 자신을 마구 자해하기도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과연 미래에 아크엔젤과 같은 아이 보호 장치가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과연 이것이 아이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저출산 시대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소수의 자녀를 두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부모들은 이전의 세대보다 자녀의 양육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인이 되어도 독립시키지 않는 ‘캥거루 족’을 만들기도 하는 시대인 만큼 아이 보호 장치는 매우 가까운 미래에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미래에서 보호라는 명목하에 선을 넘어버리는 양육 방식 즉, ‘과보호’로 흘러가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과보호


부모는 아동에게 있어 최초의 인간관계 대상이며아동의 인격 형성에 있어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부모의 표정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아동의 성격 및 자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것처럼 말이다아동은 부모가 제공하는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습관을 획득하고 사회화 하면서 점차 발달해나간다.


이렇게 아동은 한 사람으로서 부모와 단순히 가깝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부모의 양육태도는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다행히도 앞에서 언급하였듯 대부분의 부모가 이전보다 자녀 양육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긴밀하게 반응하고 있다그러나 아동의 수가 적어진 만큼 너무 많은 관심과 애정이 쏠린 탓일까학대나 무관심이 중점적으로 연구되어 온 이전과는 달리요즘에는 과보호가 심각한 양육 방식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보호란 자녀가 스스로 행동하고필요한 것을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부모가 미리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제공해 주는 태도이다이는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접촉지속적인 어린애 취급독립적인 행동 억제 및 통제 그리고 지나친 간섭과 익애자녀와 인격적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태도로 정의할 수 있다




과보호를 받는 자녀들




과보호를 받는 자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고 본다매우 의존적이거나 반대로 매우 반항적인 경우가 많다.


먼저매우 의존적인 자녀들에게 많이 붙는 별명이 있는데바로 마마걸’, ‘마마보이이다이들은 나약하고, 자기 통제력이 약해서 결정 장애도 있는 편이고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부모와 유대관계가 좋은 아이들에게 오용되어 해당 별명이 붙여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또한 부모가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기에 가정에서는 자신이 중심일 것이다그래서 학교와 같은 외부에서도 당연히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돌아간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게 되면서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반면, 매우 반향적인 성향을 보이는 자녀는 부모의 과보호적인 양육태도를 부정 지각하게 된 경우이다.자녀는 부모의 양육태도를 보호적이고 수용적이라고 지각할 때 자아개념이 긍정적으로 형성된다그러나 반대로 양육태도를 거부적이고 통제적으로 지각하거나 부모가 자녀를 지나치게 익애할 경우그 자녀의 자아개념은 부정적으로 형성되게 된다 부모가 끊임없이 자녀의 주위를 지속적으로 맴돌면서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를 싫어하게 하고, 더 나아가 불신의 장벽을 만들어 버리면서 자아개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이처럼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자녀에게 심리적 부적응우울불안 등과 같은 내재화된 문제들뿐만 아니라 공격성이나 비행 같은 외재적 문제 행동들로도 연계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부모의 과보호로 심약해진 아동의 모습을 정범모 교수님은 근래 우리들에겐 욕구불만’, ‘좌절’, ‘스트레스는 의례 나쁜 것피해야 하는 것아이들에게도 그런 상황을 맛보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라는 통념이 유행하고 있다이것은 크나큰 잘못이고 환상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과보호의 잔여물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이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진로 미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들 중 큰 영향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내현적 자기애’ 성향이다내현적 자기애 성향이 나타나는 사람은 과민하고 소심하며 자주 불안해한다또한 정체성이 불확실하며타인의 평가나 반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쉽게 상처받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로 결정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이러한 내현적 자기애의 특성은 부모의 과도한 애정과 비현실적인 과잉 평가로 인해 발전된다고 한다과보호된 자녀가 부모의 과잉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부모의 거절을 예상하고 이를 두려워하여 거짓 자기를 발달시키게 된다다시 말해부모의 과보호로 인해 타인에게 부족한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두려워하게 되는 내현적 자기애 성격을 발달시키게 된다는 것이다결국 보모의 과보호가 자녀의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자녀가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탐색하지 못하고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준비에서도 미흡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바람직한 자녀 보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접근성이 용이해진 만큼 미디어를 소비하는 연령대의 범위가 훨씬 더 낮아졌다. 낮은 연령대의 자녀들은 부정적인 콘텐츠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선별해서 바라보는 것이 미흡하다.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이 공간 속에서 우리 부모들은 자녀를 보다 잘 키우고자 아크엔젤과 같은 아이 보호장치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아이를 보호할 수는 있어도 통제할 수는 없다아이가 겪어내야 할 적절한 어려움뜻있는 아픔과 슬픔부딪혀도 보아야 할 수많은 벽들과 같은 값진 경험들을 보호라는 명목하에 감히 부모가 통제하고간섭해서는 안 된다그것은 아이를 보호하는 것도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너무나도 어린 나이일 때는 유튜브의 키즈 채널처럼 시청 제한을 걸어두거나위치 추적과 같은 장치를 사용하여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부모는 아이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성숙하게 행동하고 부정적인 것을 선별해서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저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한층 더 높아진 수준의 아이 보호장치가 탄생하더라도부모는 무조건적으로 장치가 하라는 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아이에게 정녕 어떤 것이 더욱 도움이 되는 길인지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갈팡질팡하는 대학생인 우리도 늦지 않았다지금부터라도 부모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을 이루어 에게 집중하여 정령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면 된다.


부모의 사랑이 결코 독이 되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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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고영순, 2004년 2월, ‘사회적 지지와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영향’,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소문주, 2011년, ‘의존적 행동을 보인 아동의 모래상자 놀이치료 사례연구: 모의 과잉보호를 중심으로’, 한국모래상자치료학회, 모래상자치료연구, Vol.2 No.1[2011]

조이정, 2014년 12월, ‘대학생의 부모화 및 과보호 경험, 내현적 자기애, 진로미결정 간의 관계’,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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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12 23: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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