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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지민 ]


 

누군가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 삶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 중 ‘존중’은 사전적으로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정의되지만, 여전히 모호하게 와닿을 뿐, 어느 정도의, 그리고 어떤 방식의 존중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확실히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상담 및 심리치료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본주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를 치료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태도 중 하나라고 보았다.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란 무엇이든 내담자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존중이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행동과 존재를 상담자에게 납득시켜 가능한 인지적인 존중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담자의 행동을 전적으로 미화하여 옳다고 지지하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내담자가 한 경험과 정서 자체를 존재론적 수준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상황을 조건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뇌를 거쳐 상황을 평가하고 조직화하기 마련이기에,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거나 납득되지 않는 정서와 경험이더라도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은 형태의 존중인 만큼, 내담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정서 자체가 치료자로부터 완전히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완전한 수용(full acceptance)을 경험한다. 

 

 

그로써 내담자는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 안정을 가진 채 효과적인 상담과 건강한 성격 발달을 위한 긍정적인 첫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 타인으로부터 경험한 존중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도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행할 수 있으며, 조건 없이 자신을 수용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다른 평가나 인정으로부터 자유롭기에 자아실현에 가까워지며 심리적 안녕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타인이 나를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으로 존중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존중은 존중을 낳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염시킬 수 있다. 

 

 

칼 로저스가 주장한 인간중심 치료는 특정 기법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상담자의 태도’로 내담자를 치유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비지시적 치료(nondirective therapy)’로써 치료자가 아닌 내담자가 치료과정을 결정하는 ‘내담자’를 중심으로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동시에 인간을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능력을 갖춘 존재로 믿는 인본주의적 방식이다. 



이로인해 로저스의 인본주의적 심리학은 지나치게 인간을 긍정적인 존재로 바라보며, 개념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여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게 만들 수 있는, 혹은 스스로를 존중하여 긍정적인 인격체를 형성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알고 실천하는 것은 유의미할 것이다. 

 

 

칼 로저스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의 자세를 치료사가 갖추어야 할 자세라고 주장하였지만, 주변인보다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러한 태도를 갖추어야 할 궁극적인 사람은 결국 타인이 아닌 내담자 자신일 것이다. 조금은 모호하고 낙관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그가 말하는 ‘존중’이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존중의 의미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주변인에 대해 긍정적인 존중의 태도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구해줄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주관적으로 납득이 가능한지와 무조건적인 미화를 벗어나 그저 타인 또는 당신의 경험과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것, 그것은 자아실현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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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데이비드 G. 마이어스,C. Nathan DeWall. (2022). 마이어스의 심리학개론(제 14판). 서울: 시그마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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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14 22: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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