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정세영 ]

출처: unsplash.com

사고 싶던 물건을 사고 카드를 내밀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일시불로 하시겠습니까, 할부로 하시겠습니까?”

같은 가격이지만, 적은 금액으로 나눠 납부하는 할부 결제는 지출이 부담스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할부 결제는 각종 홈쇼핑, 광고에서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 방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같은 가격을 적어 보이게 하는 할부 결제. 여기에 숨겨진 심리요소와 예시, 그리고 부작용을 살펴보려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PAD 전략

할부 결제에 숨겨진 심리 전략은 바로 존 거빌의 PAD(Pennies a day)다. 하루에 1페니라는 의미로, 가격을 총액 대신 단위로 나뉘어 적은 금액으로 제시하는 것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뜻한다.

거빌은 실험을 통해 소비자가 같은 금액이 적은 것처럼 느껴지는 할부 결제를 선호하는 것을 밝혔다. 그는 구호 단체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1) 연간 30만 원을 기부하기 (2) 하루 850원씩 기부하기라는 두 가지의 선택지를 주었고, 절반이 넘는 참여자들이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두 선택지 모두 결국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것이지만, 두 번째 선택지의 850원이 한 번에 30만 원을 기부해야 하는 첫 번째 선택지보다 훨씬 적은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해당 전략이 영향력이 있는 이유는 소비자가 물품의 가격을 평가할 때 2단계의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1단계에서 ‘지출의 범주화 과정’을, 2단계에서 ‘심적 회계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이 5,000원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소비자는 1단계에서 5,000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컵라면 2개, 과자 서너 개 등이 생각의 범주 내에서 나올 수 있는 물품이다. 이러한 물품이 소비자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소소하다고 여겨지는 지출 범주로 분류되면 2단계인 ‘심적 회계 과정’으로 넘어가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1단계에서 이전에 언급된 물품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학식 식권 한 장, 짜장면 한 그릇을 생각한 소비자들은 이를 부담스러운 지출 범주로 분류하고, 2단계로 넘어갈 때 구매를 하지 않게 된다.

일상 속의 PAD 전략

우리의 일상 속에는 PAD가 숨겨져 있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는 금액을 한 번에 내야 하는 치아 교정과 피부과 시술이 있다. 먼저, 치아 교정은 긴 시간에 걸맞은 큰 금액을 투자해야 하기에 PAD 전략은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교정은 하고 싶으나 최소 500만 원 이상인 치료비를 한 번에 내야 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치료비를 나누어 내는 할부 결제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피부과 시술도 마찬가지이다. 모공 관리, 압출 등을 포함한 패키지 시술 비용은 약 20에서 30만 원 사이로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당장 비용을 내기 부담스러울 때, PAD 전략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5-6만 원으로 나눠낼 수 있게 한다면 금액 탓에 고민하던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해당 전략은 특히 홈쇼핑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주문이 곧 마감된다는 문구를 내걸어 급박한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구매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빠르게 하게 하고, ‘12개월 할부 납부’ 등의 PAD 전략을 함께 사용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PAD 전략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출처: unsplash.com그러나 할부 소비는 과도한 지출을 유도할 수 있다. 소비자는 당장 내는 금액이 커 보이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총액을 다 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현재는 적은 금액으로 물건을 살 수 있어도 이 물건의 금액을 꾸준히, 오랫동안 내야 하는 것은 본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갖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 구매하거나 할부 제도만 믿고 구매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맞는 올바른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 

지난기사

성덕선을 통해 보는 ‘착한아이 증후군’

우리의 인격이 여러 개라면?

출처: 

박준현. (2016). PAD 가격프레이밍이 지각가격 및 광고태도에 미치는 영향: 사고방식 및 제품유형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석사). 금오공과대학교 대학원. 경상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