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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현동민 ]

포르투갈을 잡고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태극전사들 (대한축구협회)

지난 2022년 11월에 열렸던 카타르 월드컵은 세계인들의 겨울을 뜨겁게 했다. 대회의 흥행은 결승전 시청자만 15억 명이 넘을 정도로 ‘대박’이었다. 이토록 카타르 월드컵이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약팀들의 반란’을 꼽을 수 있다. 

 

최약체 수준으로 평가받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남미 전통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2:1 역전승으로 잡아내며 메시에게 천일야화의 악몽을 선사했고 일본은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전차군단’ 독일과 ‘무적함대’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북아프라카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풍의 주인공이 됐던 모로코는 굴지의 축구 강호들을 차례로 탈락시키며 다윗의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우리 태극전사들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투지를 발휘해 슈퍼스타 군단인 포르투갈을 잡아내며 다시 한번 기적을 써냈다.

 

이처럼 약팀들의 ‘자이언트 킬링’은 많은 관중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고 대회에 열기를 더욱 드높였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토록 약팀의 승리에 열광할까? 그 이유는 바로 ‘언더독 효과’에 있다.

 


약팀을 응원하는 이유


‘언더독’이라는 용어는 투견시합에서 아래에 깔린 개를 부르는 것이고 반대말로는 ‘탑독’이라고 칭했던 것에서 유래된다. 즉, ‘언더독 효과’란 승자보다는 패자, 강자보다는 약자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그를 응원하는 현상을 말한다. 언더독 효과가 발생하는 요인 중 하나는 대중들이 자기 자신과 스포츠를 일치화,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응원하는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소속감을 가지거나 자신의 모습을 투여시키고 이들의 승리와 성공을 통해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의의를 인식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팬 문화가 바로 이러한 사례의 예시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현실과도 일체화해 언더독이 처한 상황을 개인이 현실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처한 상황과 동일시하게 된다. 이는 언더독을 동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하며 사회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그에 대한 규범이 있는 것처럼, 스포츠 현장에서도 약자를 보호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한다. 즉, 힘의 불균형에서 오는 불공평을 바로 잡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욕구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언더독의 승리는 현실에서의 많은 문제와 고됨을 앉고 있는 이들로부터 그 짐을 덜어주는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절대'란 없다


스포츠의 가장 큰 묘미는 ‘불확실성’에 있다. 영원한 우승 후보로 불리던 팀이 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거나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팀이 동화 같은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 바닥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스포츠의 특성으로 인해 대중들로 하여금 긴장과 흥분을 제공하고 매력을 느끼게 한다. 언더독을 향한 사람들의 응원은 바로 이 불확실성을 뛰어넘고자 하는 관중들의 욕구가 투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더독 효과와 스포츠가 주는 메시지


일각에서는 스포츠를 단순 즐거움을 주는 놀이, 오락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 이상의 가치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정해진 규칙 내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이 행위를 통해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정당하다면 그에 승복하며 플레이어와 관중들에게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준다. 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우리 현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성공을 달성하기 이전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선수들은 자신이 언더독 일지라도, 아무리 상대가 이길 수 없게 느껴지는 강자라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낸다. 이러한 모습들은 스포츠를 관람하는 대중들에게 영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힘든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종의 희망과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이들의 ‘임전무퇴, 백절불굴’의 정신들이 대중들로부터 마음을 사로잡아 언더독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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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곽정현, 이정희 (2020) 스포츠 언더독 효과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한국체육학회지, 제29권 제4호, pp.29-38

곽정현, 이정희 (2020) 스포츠와 언더독 효과, 한국체육학회지, 제29권 제2호, pp.22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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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07 12: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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