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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스틸컷(제공•jtbc)

“사랑받기 위해선 예뻐야 하고, 귀여워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예쁜 걸 알면 안 되고, 고분고분해야 하고, 너무 똑똑해도 안 된다. 항상 웃고, 맞장구 쳐주고, 착하고, 상냥하게.”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속 수아는 먹고 일명 ‘먹토(먹고 토한다)’를 하는 인물이다. 수아는 유년 시절 가난하고 부모님이 없어 씻고 다니지 못해 더럽다고 놀림을 당했었다. 어느 날 깨끗이 씻고 학교에 등교하자 ‘이쁘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다. 그 이후로 수아는 사랑받기 위해서는 이뻐야 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타인에게 사랑받고자 마른 몸을 유지하고 그를 위해 ‘먹토’를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몸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몸을 갖기 위해 수많은 고통을 겪는다. 섭식장애는 그런 병이다. 음식을 거부하는 것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합병증도 유발된다. 더 큰 고통은 감량하고 감량해도 만족할 수 없는 몸에 대한 왜곡된 신념에 있다. 




먹지 못하는 병, 신경성 식욕부진증


섭식장애는 크게 신경성 식욕부진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 이 세 가지로 구별한다. 앞서 소개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속 수아가 보이는 증상은 이 세 가지 중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에 가깝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에 대한 DSM-5(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진단 기준

1) 필요한 것에 비해서 음식섭취를 제한함으로써 나이, 성별, 발달 수준과 신체건강에 비추어 현저한 저체중 상태를 초래한다.


2) 심각한 저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체중 증가와 비만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지니거나 체중 증가를 방해하는 지속적인 행동을 나타낸다.


3) 체중과 체형을 왜곡하여 인식하고, 체중과 체형이 자기평가에 지나친 영향을 미친다거나 현재 나타내고 있는 체중 미달의 심각함을 지속적으로 부정한다. 


이와 같이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지닌 사람들은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심을 보인다. 이들은 체중 감량을 위해 음식량을 줄이거나 극심하게 활동을 많이 하거나 운동하여 살을 빼는 방법을 취한다. 또, 먹은 음식을 토해내거나 설사제, 이뇨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은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심각성을 보인다. 


또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들은 우울증, 사회공포증, 강박장애 등과 같은 정신장애를 함께 지니고 있는 경향이 있으며, 환자의 14%가 합병증이나 자살로 사망하였다는 보고가 있어 더욱 위험성을 나타낸다.




내 안에 깊이 스며든 왜곡된 신념


드라마 속 인물 수아와 같이 신체에 대한 왜곡된 신념을 보이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다. 드라마나 DSM-5에서 말하는 진단 기준과 같이 극단적인 예시가 아니더라도 ‘살이 너무 쪄서 다이어트를 해야겠어’와 같은 말은 주변 혹은 스스로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와 같은 말은 ‘적정 체중 혹은 마른 몸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말로 들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왜곡된 신념을 보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모의 압력과 사회문화적 영향에 있다. 『사회 문화적 영향, 신체불만족, 대처방식 및 이분법적 사고가 폭식행동과 절식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날씬한 체형에 대한 부모의 압력을 많이 지각할수록 신체 불만족이 높았으며, 여자는 날씬함에 대한 부모와 미디어의 압력을 많이 지각할수록 신체 불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신체 불만족은 남녀 모두 절식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 섭식장애 단순히 개인의 욕심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왜곡된 신념은 유년시절부터 부모, 또래, 미디어 등의 영향을 받아 자리잡는다. ‘사람들은 TV 속 연예인처럼 마르고 예쁜 사람만 좋아해’, ‘내가 엄마에게 사랑받으려면 말라야만 해’와 같은 왜곡된 신념의 예를 들 수 있다. 이렇게 내 안에 뿌리 깊게 자리잡아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하기까지도 어려움이 있다.

 

도서 『날 것 그대로의 섭식장애』에서 다음과 같은 고백을 엿볼 수 있다. 


도서 '날 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출처•부키)

 ‘나 역시 내가 겪는 일을 정신 질환으로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첫째, 혼자 있을 때 남들 모르게 하는 행동이기에 굳이 밝히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믿었다. 둘째, 자괴감이 들어 힘들 뿐이지 그 행동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회피하고 싶었고, 셋째, 섭식장애라는 병명 자체가 수치스러워 인정할 수 없었다.’




섭식장애 치료의 또 하나의 방법, 인지행동치료


그러나 결코 섭식장애가 불치병이라 말할 수 없다. 섭식장애의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입원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 병행 치료 등이 있다. 그중 인지행동치료에 대해서 소개해 보려 한다.


인지행동모델(그림•삼성서울병원 우울증센터)

한국임상심리학회에 따르면 인지행동치료(cbt)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우리의 생각(=인지)이 감정과 행동 및 대인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섭식장애에 대입해 생각해보면 신체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우울, 수치심,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감정은 거식행동과 같은 부적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부적응적인 생각과 감정, 행동을 유발한 촉발 사건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촉발사건을 찾아내어 부적응적인 인지를 수정하고,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으며, 문제가 되는 행동을 변화시킨다. 


또한, 그 과정은 구체적이고 해결중심적이며 내담자와의 협력을 중시한다. 도서 『인지행동치료』에 따르면 치료자는 영양사와 협력하여 식사 계획을 세우고, 내담자에게 섭식장애와 식단에 대한 심리교육을 하는 방법을 활용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지적 재구조화 훈련을 통해 거식 행동과 같은 문제 섭식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일어날 결과에 대해 내담자가 갖고 있는 왜곡된 부정적인 생각을 다루기도 한다. 


섭식장애는 개인만이 노력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선 우리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일상적인 일이다. 그만큼 일상적이기에 우리는 섭식장애에 대해 너무나도 쉽게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회의 왜곡된 신념과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다. 그런 그들에게 ‘먹어야 해’라는 말은 너무나도 큰 부담과 수치심을 안겨줬을 것이다. 


이제는 ‘먹어도 돼’라는 말로 천천히, 조금씩 함께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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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권석만. (2013.09.). 현대 이상심리학. 학지사

김인혜,and 이영호. "사회 문화적 영향, 신체불만족, 대처방식 및 이분법적 사고가 폭식행동과 절식행동에 미치는 영향." Korea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33.2 (2014): 315-339.

인지행동치료 [한국임상심리학회]. URL: https://www.kcp.or.kr/user/sub03_1_5.asp

정유리. (2022.07.). 날 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부키

Jesse H. Wright. (2019.08.). 인지행동치료.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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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12 17: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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