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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다. 이기적인 목표든 이타적인 목표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시험기간에 모든 과목을 꼼꼼히 볼 시간이 부족할 때 자신이 취약한 부분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 뷔페에 가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 한정된 시간과 자원 가운데 여행 일정과 동선을 고려하는 것 등 저마다의 삶에는 효율을 추구하는 생활이 자연스레 스며들어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도 효율을 추구하게 된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배정된 환자에게 다가가기 전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처리해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중요한 일들은 밀리고, 다른 일들도 계속 쌓여서 적절한 간호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을 추구하지 않으면 환자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제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처리할 수도 없다. 이처럼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병원에서 치료받는 경험을 한 환자분들은 어째선지 비슷한 결의 불만을 토로한다. 바로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일단,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간호사는 담당 환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채혈을 한다. 뒤이어 인턴은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돌아가면서 환자분들의 심전도를 찍는다. 레지던트는 환자 상태를 쭉 둘러본 후 컴퓨터에 앉아서 밤동안의 환자 상태변화와 아침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한다. 그리고 회진을 참여하고 병동, 응급실, 수술실 등을 왔다 갔다 하며 쏟아지는 수많은 콜을 감당한다. 비슷한 시간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는 처방에 따라 간호를 수행하고 환자분들의 요구도 해결하며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위해 끊임없이 의사소통한다.


각자 마음의 크기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의료인들의 마음속에는 환자 곁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말을 경청하면서 한 사람의 회복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마도 환자분들이 '불친절'하다고 토로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서 속상한 마음을 느끼시는 것이라 짐작한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의료인들은 너무 바쁘다. '진짜 바쁘다.'라는 표현밖에는 병원 안에서 펼쳐지는 바쁜 상황을 더 잘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어쩌면 바쁜 상황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효율성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료인들은 환자가 한 인간임을 자각하고 있지만 중한 환자, 덜 중한 환자, 피가 나는 환자, 피가 나지 않는 환자, 소변이 나오지 않는 환자, 소변이 잘 나오는 환자 등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분류하고 쏟아지는 불행을 막아내느라 정작 친절함을 표현할 여유조차 잃어버린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비효율적일지라도 내 앞의 사람은 환자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인격적인 관계 가운데 대화를 나누며 당장 옆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하는 것을 원할지도 모르는데 만만치 않은 현실과 이상 앞에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어떻게 하면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존중하는 여유를 잃지 않으며, 쏟아지는 불행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 대처하는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이미 수면도 불규칙하고, 끼니도 걸러가며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이 눈에 밟히며 답답한 마음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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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07 19: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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