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혜
[The Psychology Times=한다혜 ]
‘그만해’와 ‘하지 마’. 둘 줄 어떤 말이 더 효과가 있을까?
떼를 쓰는 아이에게 “그만해”라고 말하는 게 효과적일까 혹은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게 효과적일까?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떼를 쓰는 두 아이를 본 적이 있다. 한 부모님은 “그만해”라고 이야기했고, 한 부모님은 “하지마”라고 이야기했다. 문득 이 상황을 보며 “그만해”와 “하지 마” 이 두 단어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뇌가 인식하는 것이 달라질지,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뇌는 금지의 언어를 더 잘 기억한다.
지금부터 ‘시금치’를 절대 생각하지 말아라. 아마 독자 중 대부분은 이 기사를 읽기 전까지 시금치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시금치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이 오히려 시금치에 대한 생각을 일으켰다.
이에 대한 실험이 있다.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는 유년 시절, “북극곰을 생각하지 않을 때까지 앉아 있어.”라고 형에게 혼났고, 이후 꽤 오랫동안 북극곰 생각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착안해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실험을 설계한다. 일명 ‘북극곰 실험’이라고 불리는 이 실험은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증명했다.
[북극곰 실험]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에는 북극곰을 생각하라고 지시했고, 다른 한 집단에는 북극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북극곰이 생각날 때마다 종을 치도록 했다.
북극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생각을 통제한 집단이 종을 더 많이 쳤다.
우리는 이 실험을 통해 금지된 행동은 더욱 심리적 각인 효과가 우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일상과 조금 더 밀접한 예시를 들어보자.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먹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가 아닌, 애초에 뇌에 잘못 명령했기 때문이다. 북극곰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뇌는 금지 행동을 더 잘 기억하는데 먹는 행위를 금지하니 역설적으로 계속해서 먹는 행위가 생각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예시도 살펴보자. 정부에서 부동산 투자를 투기로 규정하며 많은 규제로 사람들의 자유로운 거래를 금지했다. 하지만 오히려 규제 이후 사람들의 투자가 늘어나며 다주택자가 많아졌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규제가 더욱 많은 관심과 매매를 끌어낸 것이다. 이를 우리는 ‘규제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효율적인 언어적 제재 방법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만해’와 ‘하지 마’ 중 더 효과적인 제제 언어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만해’는, 하는 행동을 그만‘하라’는 뜻이다. ‘하지 마’는 하는 행동을 ‘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행 연구 결과는 없지만, 위의 여러 예시를 통해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그만) 하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그만해’와 ‘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금지를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금지하는 행동보다는 해야 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닥에 앉아 떼를 쓰는 아이에게, “이제 일어나서 마음을 다스리고 차분히 이야기해 보자”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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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및 사이트
-이용승(1998). 사고 억제의 역설적인 효과에 관한 연구개관. 심리과학, 7(1), 1-29
-서울특별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URL: https://land.seoul.go.kr:444/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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