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현
[The Psychology Times=김채현 ]
사진: Unsplash의 averie woodard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처럼 현 사회를 사는 사람들을 저마다의 목표와 이유를 가지고 쉴 틈 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가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낼 때 많은 사람은 “여행 가고 싶다”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바쁜 일상을 살며 마음속 깊이 눌러놓고 지나간 것들이 많을 텐데 왜 그 중 하필 “여행”을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여행은 인간의 삶에 있어 치유와 소통의 역할을 한다.”라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현실이라는 틀 속에서 작고 크게 떠나고 돌아옴을 반복하며 살고 있는데 여행은 “이동”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동이라는 여행의 중요한 특질은 여행을 통해 인간이 현실을 떠나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삶의 중요한 경험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렇다면 여행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치유한다는 것일까?
여기서 치유란 “단절된 집단무의식을 의식의 영역에 다시금 불러와 통합하는 작업”으로 치유의 경험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도록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치유는 ‘자기 인식(self-awareness)’으로 시작되는데 ‘자기 인식’이란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을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분석심리학에 따르면 “무의식에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향하는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으며”, 개인이 인식하지 못했던 내면의 목적 및 의미를 발견하는 근거가 되므로 진정한 자기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무의식은 자각에서 배제된 정신 영역이기 때문에 의식 위로 떠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행이 그러한 역할을 하며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여행은 어떻게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것일까?
여행을 하면서 사람은 많은 타자(他者)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들은 내면의 타자를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는 일을 구체화하게 된다. 즉,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자아와 대면하게 되며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 성찰을 통해 마음의 상태나 움직임을 들여다보고, 자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자기 삶을 긍정하는 자기수용을 경험하게 된다.
융은 이렇게 무의식을 의식화함으로써 자기 고유의 전체 인격에 도달하는 과정을 ‘자기실현’ 또는 ‘개성화’라고 했다. 개성화된 자아는 자기가 주체로 서게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인은 완전한 통합을 이룰 수 있고, 진정한 개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즉, 여행이라는 경험을 통하여 자기 인식⋅자기성찰⋅자기수용이라는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을 거치고 이 과정에서 치유라는 내적 경험에 안착하여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자기실현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현실 도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은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또 다른 고통을 가져오기도 한다. 따라서 여행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바쁜 생활 속에서 치유와 삶의 변화를 이끄는 전환점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팎에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치유하거나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자 여행을 떠올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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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인정 & 이영관. (2015). 여행의 치유적 가치에 관한 분석심리학적 접근: 신경숙, 윤대녕, 전경린의 여행소설을 중심으로. 관광연구저널, 29(6), 5-15.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011004
-박인정 & 이영관. (2016). 여행치료와 자기실현. 관광연구저널, 30(6), 21-33.
https://www-dbpia-co-kr.libproxy.swu.ac.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6726363
-박인정 & 이영관. (2016). 여행치료와 자기실현: 융의 분석심리학을 중심으로. 관광연구저널, 30(6), 21-33.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28081
-자연형 (2022.12.29). [자연형의 생활여행] 여행의 의미.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73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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