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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주변을 사랑하십니까 - 우리의 삶을 압도하는 존재, 소속감
  • 기사등록 2023-06-12 20:59:24
  • 기사수정 2023-06-22 00: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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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조은교 ]



누군가 나에게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오랜 고민 없이 ‘소속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 나는 대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도 모르는 환경 속에 던져진 것과 다름없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학교와 집이 거리가 있는 탓에, 그리고 한창 험악했던 코로나 분위기 때문에 대면 시험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쉽사리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당연히 같은 해에 같은 과로 들어온 동기들은 물론, 다른 학과 사람들과도 만날 기회가 적어졌다. 자연스럽게 인생의 절반 이상을 담은 ‘학교’라는 기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소속감 역시 최하점을 찍었다. 대학교, 그리고 대학교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소속감은 0에 수렴하고 말았다. 


이 때 나는 인생에서 가장 큰 공허함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교실 안팎에 친구들이 있었고, 매일매일 학업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그 모든 과정 속에 친구들이 녹아있었기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당연한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각자 하루를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친구들과의 소속감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기 초에는 나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학교를 가지 못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그 사실에 감사하며 소소하게 만남을 가졌지만, 하나둘씩 각자 자신의 학교에서 소속감을 찾게 되면서 나홀로 남겨진 기분이 많이 들었다. 점점 나와 항상 일상을 공유하던 친구들과 열정적으로 떠드는 날들이 적어지자 인생의 한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학교에 가게 되면 좀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 한 줄기를 품고 한 해를 버텨냈다.


오미크론이 전국을 덮었지만 대면 수업이 슬슬 재개되기 시작한 작년, 학교에 비교적 자주 나가게 되었지만 이미 새내기 때부터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살던 친구들끼리 무리가 만들어진지 오래였다. 학교에 자주 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과 내에서 내가 속할 수 있는 무리가 전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자, 새내기 때 품고 살았던 일말의 희망이 샅샅이 흩어지고야 말았다. 대학에 처음 와서 느꼈던 무력감과는 또 다른 무력감이 나를 덮쳤고, 매번 학교 캠퍼스에 들어서는 순간이 내게는 지옥같았다. 코로나는 나에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뺴앗아갔고, 나는 그 덕에 인생에서 소속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비로소 실감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 왜 나왔을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에 따르면, 소속과 애정의 욕구는 전체 5단계의 욕구 단계 중 3번째에 해당한다. 이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다음의 단계이며, 생존과 관련된 순서대로 달성된다는 이 이론의 특징을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인간에게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사는 것은 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혈연을 통해 만난 관계이든, 그렇지 않은 우연한 관계이든 상관없이 인간은 타인들과 만남을 가지고 집단을 이루고 싶어하며, 그 집단 속에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소속감에 대한 만족을 얻지 못하는, 대인관계와 관련된 욕구가 좌절된 상황에 놓인다면 삶의 무의미함이 부각된다는 연구결과가 2016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렸다. 소속감 상실로 인한 삶의 목표의식 저해를 외부 환경이 아닌 스스로에게 귀인하게 되면 자기패배적 행동 및 위험 행동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일명 ‘좌절된 소속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2021년 발표된 계명대 연구에 따르면 대인관계에서 배제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다는 것을 느끼는 선행조건이 있으면 좌절된 소속감이 발생하며, 이는 개개인의 부정적인 정서와 심적 평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속감에는 때론 용기가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어떤 분은 지금 자신의 주변을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도 있고, 지난 날의 필자처럼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소속감을 갖추고 계신 분에게는 존경의 박수를 드리고 싶고, 반대의 분에게는 공감의 포옹을 드리고 싶다. 필자도 성인이 된 이후 소속감에 대해 인생을 살아오며 가장 많이 생각해왔고, 아파해왔고, 겪은 감정적 고난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씀드리고자 하는 한 가지는, 때론 소속감을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 같은 경우 소속감의 고뇌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초인적인 용기를 내서 동아리에 들어가기도 하고 처음 보는 학과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용기를 내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국 지금의 내가 조금이라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용기는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게 해 준 열쇠였다. 


이 글에서 소개한 경험담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계신 분, 그리고 소속감의 생성과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께 ‘용기를 가지고 해보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닌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다. 소속감이 부족해 지금 자신의 주변을 완전히 사랑하기 어렵다면 용기를 내서 생각도 못하던 일들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에게 열려 있는 문은 이미 무수하고, 간절함을 담은 용기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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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권영실, 이혜영, 김승철 현명호. (2016). 대인관계 욕구의 좌절이 삶의 무의미성 및 목적성 지각과 고통감내력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21(4), 877-893.

김수현. (2021). 좌절된 소속감의 개념분석. 한국융합학회논문지, 12(4), 359-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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