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서
[The Psychology Times=백이서 ]
<여름, 무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어느새 7월, 여름이 왔다. 어렸을 때, <무서운 게 딱 좋아!> 와 같이 여름만 되면 서늘한 공포 이야기가 담긴 조그마한 만화책들을 읽곤 했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더워진 만큼, 우리는 등골이 섬뜩한 공포의 차가움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옛날부터 사람들은 귀신과 관련된 각종 무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며 ‘무서움’을 의도적으로 느끼려고 한다. 특히 여름만 되면, 공포영화들이 OTT 순위에 오르거나 개봉하기도 하고 ‘심야괴담회’와 같은 공포 방송들도 성황리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분명 두렵다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왜 스스로에게 무서움을 선사하고 싶은 걸까? 문득 생각해보면, 이제 ‘무서움’ 혹은 ‘두려움’이라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우리에게 오는 일련의 ‘자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공포란 과연 어떤 기분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자.
<공포는 자극이자 쾌감이다>
트위터(SNS)를 하던 중, 이런 흥미로운 트윗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첫 직장 퇴사지표를 공포영화를 기준으로 했었는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마다 그 못 보던 공포영화들을 혼자 예매하고 어두운 상영관에 앉아서 내 인생과 공포영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었는데 어느 순간 공포영화가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느껴져서 퇴사를 결심했었음.”
나 또한 공감도 많이 갔고, 현실을 빨리 잊고자 하는 어떠한, 자극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 ‘무서운데 계속 보고는 싶어!’의 심리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 박사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갑자기 급변하는 공간(예를 들어, 공포영화의 소리 혹은 예상치 못 한 존재가 튀어나올 때)을 접하게 되면 우리의 뇌는 전기적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뇌파 및 심장 박동과 같은 인체의 생리적 리듬이 일시적으로 깨지므로 ‘등골이 오싹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 데이비드 잘드 심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공포에 대한 인간의 뇌 반응을 연구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흉가로 꾸미고 ‘할로윈 공포 연구실’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어, 복도에는 인공 안개를 뿌렸고 나무에 해골을 걸어놓거나 흔히 공포 영화적 요소들을 넣었던 것이다. 그 집을 방문한 실험자들의 반응을 분석해보니, 이들은 모두 ‘흥분’과 같은 강렬함에 이끌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적당한 선에서 사람들은 공포를 느낄 때 우리 뇌에 어느 정도의 물리/화학적인 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공포는 나의 힘!>
이렇게 우리가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뇌 안에 있는 ‘편도체’ 때문이다.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못 보는 사람도 있듯이 사람이 제각각 느끼는 공포의 깊이는 다르다. 이는 편도체가 유전적으로 얼마나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가진 사람이 특정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성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전두엽은 약해지겠지만 무서움의 정도를 조절하는 편도체의 반응은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편도체가 아예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무서운 것을 보고 접해도 전혀 겁을 먹지 못 하게 될 것이다.
‘공포’라는 자극이 전달되었을 때, 우리 안의 편도체가 그 자극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이렇게 편도체가 ‘이건 무서운 거야!’라며 자극을 보내면, 그것을 받은 시상하부가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낸다. 이때,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를 받을 시에 분비되는 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는 우리의 심장을 빨리 뛰게 해주거나 동공을 크게 만들어주거나 땀이 나게 만든다. 즉, 편도체는 대상에 대한 공포 경험을 빠르게 만들어내므로 그만큼 우리가 빨리 위험으로부터 피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당신이 산을 가다가 곰을 마주쳤다고 해보자. 편도체가 없어 그 위험과 공포를 판단하지 못 한다면, 피하지 못 해 곰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곰은 육식동물이므로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다.’라는 지나친 이성적인 판단을 다 하고 나서, 피해도 마찬가지로 잡아먹힐 것이다. 어쩌면, 공포는 인간을 계속 살아남게 해주는 ‘진화의 산물, 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공포’를 느끼기에 땀을 흘리거나 몸서리를 치며 자기 자신을 ‘본능적으로’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공포'라는 보호 장치! 이젠 여름을 더욱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 [시사저널]. (2015).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41871
- 김대우. (2015). 공포감정 모방을 위한 적응도구로써 공포영화 속 캐릭터의 연구.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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