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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최주희 ]


칼부림 예고


“천안 터미널 칼부림 예고 오늘 조심하세요”

칼을 들고 있는 영상을 장난삼아, 호기심에 게시한 17세 청소년의 글.

“저도 유행 참여해봅니다. 저 오늘 에버랜드 가는데 3시부터 눈에 보이는 사람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다 죽일 겁니다. 그렇게 아세요” 트위터에 올라온 16세 청소년의 글.

원주역 ‘묻지마 칼부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칼부림 예고이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17세 청소년의 글.


살인 예고 협박 글을 작성한 67명이 검거된 가운데 그중 34명, 즉 52%에 달하는 이들이 모두 10대

청소년임이 밝혀졌다. 모방과 동일시가 쉽게 작용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살인 예고 글이 유행처럼 밈(meme)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히 장난이라 여기고 죄책감 없이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pixabay 

             

너도 나도 "밈(meme)"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주로 사용하는 10대, 20대들 사이에서 ‘밈’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밈(meme)은 모방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어근인 ‘mimeme’과 유전자를 의미하는 ‘gene’과 유사한 발음의 단어로 만든 용어이다. 밈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는 어렵지만 ‘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문화적 요소’라는 기본적인 개념이 바탕이 된다. 특히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터넷 밈은 “인터넷에서 유행어나 행동을 모방해 만든 사진이나 영상, 이를 퍼뜨리는 문화 현상”으로 정의된다. 인터넷 공간이라는 특수한 성격을 지닌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는 참여문화가 생겨났다.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패러디로 2차 창작물을 제작하고 누리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아직 미성숙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 시기에 부정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진 출처: pixabay

              

모방(Imitation, Copycat)과 자기통제력(self-control)


모방(Imitation, Copycat)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인지하고 스스로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방범죄(Copycat crimes)는 대부분 대중매체를 통해 인지·학습하거나 자신을 동일시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모방범죄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자기 통제력(self-control)의 결핍이다.

 

인터넷 1인 방송 시청 경험이 있는 전국의 중·고등학생 258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1인 방송의 폭력성과 가학성에 대한 인식과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47.4%의 청소년들이 폭력성과 가학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신체적, 언어적 괴롭힘이 많을수록 더 재밌다고 느끼는 청소년은 똑같이 타인에게 해보고 싶은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 통제력이 낮고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청소년의 이러한 모방은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청소년기’라는 시기적 특성의 영향도 있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이자 두뇌가 성장하는 시기이다. 우리가 공포를 경험할 때 공포의 대상이 있는지를 결정하는데 편도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서적인 영역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인은 상황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전두엽을 통해 이루어진다. 반면 청소년의 전두엽은 구조적으로 미성숙하고 편도체와 비교하여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충동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즉, 청소년기는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에 있어서 감정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대처, 예방, 교육


자극적인 살인 예고 글을 접하게 되는 10대 청소년은 앞선 설명처럼 자아 형성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시기이다. 이들은 주변 환경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기에 디지털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한 소식들은 누군가를 죽게 만들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예방해야 하는 걸까? 


<워싱턴포스트>에서 “여덟 살 시절 불량배가 계속 그렇게 산다”라는 기사가 있다. 기사의 핵심은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평생 습관이 여덟 살이면 이미 강하게 형성된다”라는 것이다. Gottfredson과 Hirschi의 자기 통제 이론에서도 관련된 언급을 한다. 자기 통제력은 가정의 훈육을 통해 보통 8세 이전에 형성되며 한 번 형성이 되면, 내재화가 되어 개인의 행동에 지속해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에 비하여 충동과 환경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에 법과 제도의 규정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의 올바른 교육이 강력히 필요하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의 올바른 언어 사용 교육과 유해 정보의 차단, 인터넷 중독, 범죄, 테러 등과 관련된 사항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기고 대비해야한다. 

 





참고문헌

고기복. (2022). 청소년범죄에 관한 법적 연구. 비교법연구, 22(3), 97-134.

김기정. (2017). 폭력적 인터넷 1인 방송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과 모방행동에 관한 연구.

남재성. (2007). 모방범죄의 유형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경찰연구, 6(3), 165-204.

박광길. (2020). 인터넷 밈의 언어적 성격 고찰. 인문과학연구, 66, 5-26.

스탠튼 E. 새머나우. (2023). 범죄자 마인드 임상심리학자가 찾아낸 범죄자의 사고방식. 청람

익명성 뒤에 숨은 범죄자 영웅심리?.. 인터넷 밈(meme)된 ‘살인 예고글’. 파이낸셜뉴스. (2023) https://www.fnnews.com/news/202308081601123777

살인 예고글 작성자 67명 검거…10대 청소년이 절반. 연합뉴스TV. (2023) https://www.yna.co.kr/view/MYH202308080070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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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21 13: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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