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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상준 ]

피자 8조각과 피자 한 판을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 어디선가 들어 보셨을 겁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1+1=3"처럼 조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쓰곤 하죠.


사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그의 저서 『형이상학』에 "전체는 그 부분을 넘어선다"라는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멋진 문장을 자신의 연구를 표상하는 명제로 삼은 심리학자들이 있습니다.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원리를 연구한 그들은 바로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입니다.



게슈탈트 심리학



게슈탈트(Gestalt)란 독일어로 전체의 형태(모양) 혹은 배열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게슈탈트 심리학을 우리말로는 형태심리학이라고도 합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지각', 즉 인간이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원리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의 지각이란 그저 단순히 감각 정보를 결합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 같습니다.

그렇다면, 게슈탈트 심리학자는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현대 심리학의 태동기인 19세기 후반의 상황을 살펴봐야 합니다.

심리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독일의 심리학자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는 인간의 지각을 구조주의(structuralism)적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구조주의적 관점이란 인간의 심리 현상을 그 구성 요소를 분석하여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인간의 지각은 감각 정보들을 분석하면 알 수 있겠죠.



구조주의의 한계



그런데, 인간의 지각을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연구하다 보니 문제점에 다다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현운동(apparent movement)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현운동은 물리적으로 실제 움직이지 않는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동영상입니다.

사실 동영상은 여러 장의 사진을 빠르게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동영상 속 물체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현운동입니다.


즉, 우리의 마음은 여러 장의 사진이라는 구성 요소들에서 물체의 움직임이라는 구성요소 이상의 것을 유추해 낸 것이죠.

이것이 바로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부분을 넘어서는 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이어 붙인 필름을 빠르게 재생하면 우리는 움직인다고 느낍니다.


게슈탈트 원리



한편, 게슈탈트 심리학에는 몇 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부드러운 연속의 원리(principle of good continuation), 좋은 형태의 원리(principle of good figure), 유사성의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들이 연결된 선을 가장 자연스럽고 완만한 경로로 지각하고, 일부가 가려지더라도 가려진 부분 뒤로 계속 이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이것이 부드러운 연속의 원리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모든 시각적 자극을 가능하면 가장 간단한 구조로 파악하는데 이것이 좋은 형태의 원리입니다.


유사성의 원리는 사람들이 유사한 사물일수록 서로 모여 있는 것처럼 지각하는 것입니다.


오륜기는 다섯 개의 고리가 서로 겹쳐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올림픽의 상징 오륜기는 세 가지 게슈탈트 원리를 잘 보여 줍니다.


평면 위에 그려진 다섯 개의 고리는 중간에 끊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이어져 있다고 느끼는데, 이것은 부드러운 연속의 원리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오륜기를 다섯 개의 고리가 겹쳐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에는 좋은 형태의 원리가 작용합니다.

다섯 개의 고리가 겹쳐 있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각 고리가 다른 색깔을 띠고 있는 것도 오륜기가 다섯 개의 고리처럼 보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는 유사성의 원리가 작용한 것입니다.



스마트폰 속의 게슈탈트 심리학



게슈탈트 심리학이 창시된 지 100년이 되었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게슈탈트 심리학은 유효합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이야말로, 게슈탈트 심리학의 결정체이기 때문이죠.


혹시 처음 스마트폰을 접한 어린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걸 본 적이 있나요?

아이들은 순식간에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화면을 넘겨 가며 스마트폰을 다룹니다.

이것은 스마트폰의 UX/UI(User Experience/User Interface)를 설계한 사람들이 게슈탈트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각 디자인 분야에서 게슈탈트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다양하게 응용하여 적용한다고 합니다.이처럼, 심리학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응용됩니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정보 처리 과정을 연구합니다.

심리학과라면 심리 상담이나 MBTI 같은 것을 배울 것이라는 흔한 통념이 있죠.

하지만,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다면적인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만큼, 심리학의 분야는 다양합니다.


오늘의 주제 게슈탈트 심리학은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의 한 분야입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감각 기관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정보 처리 과정을 연구합니다.


혹시라도 '게슈탈트 심리학'에 흥미를 느끼셨다면, 인지심리학에 관한 다른 기사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참고문헌>

Goldstein, E. Bruce. (2016). 인지 심리학 : 마음, 연구, 일상경험 연결. 센게이지러닝코리아.

전헌상. (2006).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해제).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존 야블론스키. (2020).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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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01 17: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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